김정일, 카터 외면으로 美에 메시지?

김정일, 카터 외면으로 美에 메시지?

입력 2010-08-26 00:00
업데이트 2010-08-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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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 3개월여 만인 26일 돌연 중국을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의 석방 교섭을 명분으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하루전인 25일 평양을 방문해 면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이뤄져 궁금증을 자아낸다.

 카터 전 대통령은 제1차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 6월 북한을 개인자격으로 방문해 당시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회담해 북.미협상의 물꼬를 텄던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방북으로 사실상 북한과 미국간 고위급 회담이 성사돼 천안함 사태 이후 경색된 북미관계와 북핵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관측돼 왔으나 김 위원장의 중국행이 확인되면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은 사실상 물건너 간 분위기다.

 더욱이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태 발생후 북한 잠수함의 어뢰발사로 인한 천안함 침몰을 규탄하는 한국-미국-일본과 이를 부정하는 북한-중국 간에 5개월 가까이 날선 대립이 진행되다가 근래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방북,그리고 그에 이은 6자회담 관련국 순방으로 대화 재개 노력이 시작되는 시점에 김 위원장의 돌발행동이 나온 점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북중간 정상 방문의 중국측 창구인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물론 국무원 산하 외교부도 김 위원장의 방중 여부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동북아의 관련국들에 김 위원장의 방중사실은 확인하면서도 그 일정과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일단 지린(吉林)성 지린으로 향한 김 위원장이 어디를 방문하고 누구를 만나는지,그리고 이후 어디로 향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선과 일정,접견 대상을 확인하면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중 양국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목적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정상방문이 사전협의가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북중 양국의 ‘의도된’ 이벤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뭔가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런 행동이 북한의 전형적인 ‘밀고 당기기’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천안함 사태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서슬퍼런 대북 강경입장을 보이던 때에는 북미 대화를 끊임없이 요구해오다가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자 이번에는 사실상 북미 고위급회담의 재개카드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외면’ 카드를 선택함으로써 모종의 메시지를 미국에 전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오는 11월 2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 보다는 경제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그동안 북한에 강경일변도의 외교정책을 구사해오던 오바마 행정부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어 보인다.

 아울러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의 동서해 합동군사훈련,남중국해 갈등에 따른 미국-베트남 합동군사훈련 등으로 최악의 긴장관계를 경험한 중국이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을 이달 말에 미국에 보내 미중 대화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점도 최근 미 행정부의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내에서는 한동안 자국의 핵심이익인 서해와 남중국해를 미국이 침해했다며 관영언론을 통해 맹비난을 퍼부었으나 최근 1∼2주일새 미국과의 관계악화가 중국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 없다며 대화분위기를 조성해가고 있다.

 미국 역시 미중 관계를 감안할 때 중간선거를 앞두고 때까지 중국과 북한을 향한 강경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사실상 천안함 사태 출구전략 모색은 물론 북핵 6자회담 재개 카드도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확인하고 방중을 선택한 것은 나름 복잡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을 통해 카터 전 대통령을 접견토록 해 대화의지는 분명하게 전달하면서도 미국의 강수에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 행로와 관련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그간 다섯차례의 방중에서와 마찬가지로 베이징을 들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수뇌부와 회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지린과 장춘 등의 동북지방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사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후 주석 등과 북중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경우 ‘북-중 대 한-미-일’ 대립구도를 더욱 뚜렷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북핵 6자회담 재개에 심혈을 기울이는 북중 양국의 의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이번 여섯번째 방문은 지린성을 포함해 동북3성에 머물면서 ‘필요한’ 중국측 인사를 만나고 지난 5월 방중에 이어 경제행보에 주력하다가 귀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중국은 이미 지린성의 창춘에서 지린,두만강 유역을 2020년까지 경제벨트로 이어 낙후지역인 동북3성의 중흥을 꾀하자는 이른바 ‘창·지·투(長吉圖) 개발 계획’을 추진중이고 이 계획의 핵심인 ‘동해 출항권’을 얻기위해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이번에 김 위원장을 창지투 개발현장으로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 볼 대목은 오는 2012년 중국의 권력 재편기에 최고 지도자에 오를 게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지린으로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는 소식이다.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과 시 부주석 간에 북중 양국의 후계구도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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