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입수 K21사고 자료로 본 4대 결함
최신예 장갑차라던 K21장갑차에 5가지 이상의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명품’이란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장갑차를 이용해 물을 건너는 도하훈련은 장병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훈련이었다.8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K21장갑차 사고 조사 관련자료에 따르면 K21장갑차는 ‘무게중심 상이’, ‘물막이 기능 상실’, ‘배수펌프 기능 부실’, ‘변속기 이상’ 등 다수의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발생한 침수 사고에서 원인이 된 엔진실의 물 유입도 결함으로 포함돼 사고 후 보완했다던 국방부 등 관련기관의 발표가 결과적으로 허언(虛言)이 됐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K21장갑차는 ‘맥주병’ 장갑차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 조사에 참여했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장갑차 제조회사가 제조공정상에서 설계를 변경한 것이 물이 샐 수밖에 없었던 치명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장갑차의 무게가 변속기와 엔진이 함께 달린 파워팩으로 인해 앞쪽으로 기운 데다 장갑차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30㎜포보다 화력을 높이기 위해 40㎜포를 장착하면서 무게가 더해졌다. 또 설계 당시보다 떨어지는 성능의 배수펌프를 장착해 사실상 배수기능을 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장갑차가 물속에 들어가 기동할 때 전방에서 들이치는 파도를 막는 ‘파도막이’가 제 기능을 못해 물의 유입을 막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남한강 도하훈련 중 발생한 침수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진 엔진실로 물이 들어오는 부분에도 추가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보완 방법에 대한 여러 의견도 제시했다. K21장갑차의 치명적 결함을 해소하기 위해 무게중심을 맞출 수 있도록 외부와 내부의 장비 구조 변경이 필요하고, 파도막이는 물살에 변형이 생기지 않도록 강도를 보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배수펌프의 용량을 늘리고 바닥에 더욱 가깝게 위치조정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육군 등 합동조사단이 이처럼 문제점과 관련한 보완점까지 마련해 국방부에 보고했지만 국방부는 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 감사원 감사에 따른 후속조치로 올해 초부터 K1A1전차의 변속기 생산이 중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육군이 500여대를 운용하고 있는 K-9자주포에 사용설명서와 다른 부동액을 사용했다가 엔진에 문제가 생긴 사실도 드러났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10-09-09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