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운명’…얽히고 설킨 기구한 탄핵緣

‘뒤바뀐 운명’…얽히고 설킨 기구한 탄핵緣

입력 2016-12-09 14:21
업데이트 2016-12-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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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盧탄핵 찬성했던 朴대통령, 이번엔 스스로 탄핵표결 대상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연루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뒤바뀐 운명’이라는 평가가 절로 나온다.

12년 전인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표결 당시와는 거의 정반대의 ‘배역’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시 탄핵을 끌어가던 쪽은 이번에 탄핵을 막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고, 반대로 탄핵을 온몸으로 막아내려던 쪽은 이번에 탄핵의 주역이 돼있는 것이다.

탄핵 심판대에 오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박 대통령은 당시 탄핵을 주도하는 편에 섰고 이는 대선주자로서 반열에 오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당시 탄핵을 주도했던 최병렬 대표 대신 수장으로 나서며, 민심의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은 본회의장 기표소를 완전히 가리지 않고 투표해 탄핵 반대파 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가 하면, 노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때 당시 가까왔던 서청원 의원과 나란히 의원석에 앉아 미소를 짓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날 박 대통령은 이제 탄핵표결의 대상이 됐고 국회의 표결결과에 자신을 내맡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처지도 12년 전과는 뒤바뀌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김 전 실장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위원이었다. 탄핵법정의 ‘검사’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서 국회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불려나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연루 책임을 추궁당하는 신세가 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 역할을 맡아 김 전 실장을 상대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탄핵을 적극 독려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이날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선포할 정세균 국회의장은 12년 전 본회의장에서 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던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탄핵 반대파’ 중 한 명이었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이날 표결에는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12년 전 본회의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들겼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번에 박 대통령의 조기퇴진을 건의했다. 박 전 의장은 최근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등 정·관계 원로들 회동을 주도해 “박 대통령이 내년 4월까지 하야해야 한다”는 제언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밖에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을 처음 거론했던 당시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현재는 탄핵 정국 이후 새누리당 위기를 수습할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또 2004년에는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이후 역풍을 맞으며 ‘삼보일배’ 등 참회의 시간을 보냈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번 박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또다시 정치적 명운을 걸고 탄핵안 통과를 추진하는 최전선에 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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