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쟁점 수두룩…국회 논의도 ‘첩첩산중’

개헌안 쟁점 수두룩…국회 논의도 ‘첩첩산중’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26 14:17
수정 2018-03-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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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전문·권력구조·토지공개념 등 곳곳이 ‘지뢰밭’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정부 개헌안이 2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개헌 논의의 무대가 국회로 이동했지만, 투표 시기부터 개헌안 내용까지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에서 조속히 합의안을 만들자는 것이 여야의 공통적인 주장임에도 물밑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각당의 유불리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이 탓에 일각에서는 결국 여야간 합의가 실패, 정부 발의안의 가결과 부결을 두고 ‘표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 헌법 전문 충돌…“새로운 시대정신” vs “헌법 아닌 누더기”

가장 기본이 되는 헌법 전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를 두고도 여야는 정반대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부마 항쟁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혜련 대변인은 20일 청와대가 이를 포함한 개헌안을 발표하자 “제 7공화국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했으며, 82년 헌법이 못했던 기본권을 폭넓게 보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5·18 등 온갖 사건을 다 넣으면 헌법이 아닌 누더기”라고 비판했다.

정태옥 대변인도 “좌파적 입장에서 의미 있는 사건을 나열하면 대한민국의 헌법이 아니라 좌파 세력의 헌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권력구조 개편 ‘핵심쟁점’…4년 연임제 vs 총리 추천제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권력구조 개편 역시 접점 찾기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정부 개헌안에 명시된 ‘4년 연임제’를 전폭 지지하고 있다.

김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다수 국민의 뜻인 대통령 4년 연임제의 채택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 나오는 총리 선출·추천권을 국회에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눈다는 것은 분단국가의 위기관리와 국정 현안 대처에서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 현명하지 못하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4년 연임제’의 경우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분권 장치로서 국무총리의 선출이나 추천 권한을 국회가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경우 지난 16일 ‘책임총리제’ 제안을 내놓으면서, 총리를 국회가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들도 책임총리제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모습이어서, 여야간 줄다리기가 팽팽할 전망이다.

◇ 檢 영장청구권 삭제·토지공개념·수도조항…곳곳 ‘지뢰밭’

그 밖에도 개헌안 곳곳에는 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한 조항들이 담기면서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하는 안을 수용하느냐를 두고 여야간 힘 겨루기가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조항이라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무력화하고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은 특히 ‘토지 공개념’이 정부 개헌안에 포함된 것을 두고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 “사회주의 관제 개헌” 등에 비유하며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민주당은 한국당의 비판을 ‘색깔론’이라고 일축하면서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은 헌법이 선언하는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정신을 총체화한 개념”이라고 응수했다.

정부개헌안에 수도조항이 삽입된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관습헌법에 의존했던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했다”고 평가하고, 한국당은 “노무현 정부 때 일단락된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 국민적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정반대 인식을 드러냈다.

◇ 개헌시기도 평행선…“지방선거 동시투표” vs “6월 말까지 논의해야”

이같은 개헌 내용에 대한 이견과 맞물려, 개헌투표 시기에 대해서도 여야는 평행선만 그리는 양상이어서 협상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 때 투표를 하지 않으면 개헌투표 성사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민주당의 인식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지방선거 동시투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헌정특위(헌법개헌·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6월말까지 활동하는 만큼, 국회에서의 협상도 6월말을 마지노선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한국당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6월 지방선거 결과와 이후 정국의 주도권 싸움까지 고려한 여야간 물밑 기싸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안팎에서는 동시투표가 이뤄질 경우 선거 결과 등이 민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국회 논의의 무게추가 쏠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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