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서 버티는 ‘최순실 집사’…“한국엔 사법정의 없다”

네덜란드서 버티는 ‘최순실 집사’…“한국엔 사법정의 없다”

강경민 기자
입력 2020-01-28 10:08
수정 2020-01-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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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윤, 네덜란드어 익혀 직접 변론…“형사 아닌 정치사건” 주장韓 송환 여부 내달 10일께 결정…상소 시 연내 송환조차 불투명

사진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가 지난해 5월 4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2018.5.4 연합뉴스
사진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가 지난해 5월 4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2018.5.4 연합뉴스
‘최순실의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한국명 윤영식·52) 씨가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하를렘의 노르트홀란트주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한국에는 사법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송환 불허를 요청했다.

윤 씨는 자신의 한국 송환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이 날 재판에서 “한국으로 송환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 국내 신문 기사 등을 제시하면서 “이 사건은 사기나 알선수재 등과 같은 형사 사건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등이 연루된 정치적 사건”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윤 씨는 또 자신이 최 씨의 국내외 은닉재산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의식한 듯 “한국 검찰은 최 씨 일가의 돈을 찾기 위해 나를 송환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씨는 “나를 기소하려는 검사 중 일부는 변호사 시절 나와 관련된 사건을 수임해 나에 대해 잘 안다”며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윤 씨 변호인의 요청으로 비공개 진행됐다. 애초 1시간 30분으로 예정됐던 이 날 심리는 윤 씨와 변호사의 적극적인 변론에 따라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셔츠 차림의 평상복을 입고 법정에 나온 백발의 윤 씨는 시종일관 여유롭고 정중한 태도로 자신에 대한 송환 허가 결정이 부당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윤 씨는 영어와 독일어뿐만 아니라 구치소 안에서 새로 익힌 네덜란드어까지 비교적 유창하게 구사하며 재판부를 직접 설득해 눈길을 끌었다.

윤 씨는 하를렘 인근 구치소 독방에 7개월여간 수감돼 있으면서 네덜란드·한국어 통역인을 마다하고 현지 변호인을 선임해 송환 재판에 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영주권자인 윤 씨는 박 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았으며, 최 씨와 딸 정유라 씨의 생활 전반을 보살피는 집사 역할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최 씨가 삼성으로부터 승마 관련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도 최 씨를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윤 씨는 2016년 초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부지가 뉴스테이 지구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작업비 명목으로 3억원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윤 씨와 같은 범죄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한석원 씨는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과 추징금 1억5천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앞서 검찰은 2016년 9월 독일로 출국한 후 종적을 감춘 윤 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여권 무효화 등의 조치를 한 끝에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그를 검거하고, 이후 국내 송환 절차를 밟아왔다.

윤 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경우 최 씨의 불법 은닉재산에 대한 검찰 수사와 환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작년 6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윤은 최순실의 해외은닉재산 규모와 자금세탁의 경로를 알고 있는 ‘키맨’이며, 돈세탁 전문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윤 씨에 대한 송환 허가 여부는 2월 10일께 결정된다. 다만 윤 씨는 네덜란드 대법원에 한 차례 상소할 수 있으며, 법무부 장관의 최종 결정에 따라 송환이 확정된다.

대법원 결정이 기약 없이 지연될 수 있고, 법무부 장관의 최종 결정에 대해 윤 씨가 다시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단심 재판까지 받을 수도 있어 연내 송환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정치적 망명을 별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법원이 송환을 불허하면 윤 씨는 즉시 석방된다.

한국 법무부를 대리해 재판에 출석한 네덜란드 법무부 소속 헨리 틸라트 검사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웬만하면 송환 결정이 날 것”이라면서도 “윤 씨가 송환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할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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