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윤, 네덜란드어 익혀 직접 변론…“형사 아닌 정치사건” 주장韓 송환 여부 내달 10일께 결정…상소 시 연내 송환조차 불투명
사진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가 지난해 5월 4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2018.5.4 연합뉴스
윤 씨는 자신의 한국 송환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이 날 재판에서 “한국으로 송환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 국내 신문 기사 등을 제시하면서 “이 사건은 사기나 알선수재 등과 같은 형사 사건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등이 연루된 정치적 사건”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윤 씨는 또 자신이 최 씨의 국내외 은닉재산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의식한 듯 “한국 검찰은 최 씨 일가의 돈을 찾기 위해 나를 송환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씨는 “나를 기소하려는 검사 중 일부는 변호사 시절 나와 관련된 사건을 수임해 나에 대해 잘 안다”며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윤 씨 변호인의 요청으로 비공개 진행됐다. 애초 1시간 30분으로 예정됐던 이 날 심리는 윤 씨와 변호사의 적극적인 변론에 따라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셔츠 차림의 평상복을 입고 법정에 나온 백발의 윤 씨는 시종일관 여유롭고 정중한 태도로 자신에 대한 송환 허가 결정이 부당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윤 씨는 영어와 독일어뿐만 아니라 구치소 안에서 새로 익힌 네덜란드어까지 비교적 유창하게 구사하며 재판부를 직접 설득해 눈길을 끌었다.
윤 씨는 하를렘 인근 구치소 독방에 7개월여간 수감돼 있으면서 네덜란드·한국어 통역인을 마다하고 현지 변호인을 선임해 송환 재판에 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영주권자인 윤 씨는 박 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았으며, 최 씨와 딸 정유라 씨의 생활 전반을 보살피는 집사 역할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최 씨가 삼성으로부터 승마 관련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도 최 씨를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윤 씨는 2016년 초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부지가 뉴스테이 지구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작업비 명목으로 3억원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윤 씨와 같은 범죄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한석원 씨는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과 추징금 1억5천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앞서 검찰은 2016년 9월 독일로 출국한 후 종적을 감춘 윤 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여권 무효화 등의 조치를 한 끝에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그를 검거하고, 이후 국내 송환 절차를 밟아왔다.
윤 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경우 최 씨의 불법 은닉재산에 대한 검찰 수사와 환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작년 6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윤은 최순실의 해외은닉재산 규모와 자금세탁의 경로를 알고 있는 ‘키맨’이며, 돈세탁 전문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윤 씨에 대한 송환 허가 여부는 2월 10일께 결정된다. 다만 윤 씨는 네덜란드 대법원에 한 차례 상소할 수 있으며, 법무부 장관의 최종 결정에 따라 송환이 확정된다.
대법원 결정이 기약 없이 지연될 수 있고, 법무부 장관의 최종 결정에 대해 윤 씨가 다시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단심 재판까지 받을 수도 있어 연내 송환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정치적 망명을 별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법원이 송환을 불허하면 윤 씨는 즉시 석방된다.
한국 법무부를 대리해 재판에 출석한 네덜란드 법무부 소속 헨리 틸라트 검사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웬만하면 송환 결정이 날 것”이라면서도 “윤 씨가 송환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할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