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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전공의 면허정지 유연하게 처리하라”

尹 “전공의 면허정지 유연하게 처리하라”

이민영 기자
이민영, 안석, 황인주 기자
입력 2024-03-25 00:11
업데이트 2024-03-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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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의교협 면담 후 중재
“건설적 대화” 요청에 尹도 화답
실무 착수… 의정 갈등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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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3.24  오장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3.24
오장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을 만난 뒤 대통령실에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 의료인과 건설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고, 총리실은 이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한 위원장이 ‘중재자’로 나서고 윤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꽉 막힌 의정 갈등의 출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전의교협 회장단과 약 50분간 면담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전의교협의 입장을 들었다고 한다. 면담에는 김창수(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 전의교협 회장 겸 비상대책위원장, 조윤정(고려대 의대 교수의회 회장)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이 참석했다.

한 위원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아울러 의료계도 정부와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며 “건설적인 대화를 돕고 문제 푸는 방식을 제안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면담 종료 1시간 10분 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공지했다. 이후 총리실은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진행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며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한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지시로 26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면허정지 처분’이 일단 유예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전공의 행정처분 방침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수위에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의료 파국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날 한 위원장의 조율 요청과 윤 대통령의 즉각 수용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의료개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이 높은 상황에서 출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또 정치적 측면에서 한 위원장의 이날 요청은 ‘윤·한(윤 대통령·한 위원장)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은 이후 의료개혁을 연결고리로 당정 협력을 앞세우고, 총선 앞 정부·여당의 문제 해결 능력을 부각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향후 한 위원장은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재점화된 정권 심판론을 잠재우고, 정책 정당으로서 여당 이미지를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여당의 막판 총선 전략에 발맞춰 대통령실도 당분간 물가 관리 등 민생에 더욱 주력하며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면담 일정을 사전 공지하며 ‘중재자’로서 의미를 부여했다. 전의교협 측에서 간담회를 먼저 요청했는데 간담회 직전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전의교협이 일정을 취소하려고 하자 한 위원장이 “난 세 달도 안 된 정치인이다. 믿어 달라”고 말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면충돌을 막아 달라. 우리도 의사단체나 전공의단체를 설득해 테이블에 나갈 테니 정부를 설득해 장을 만들어 달라”, “정부가 강경 드라이브 일색이라 대화 진행이 안 된다. 한 위원장이 책임지고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대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주로 경청했고 “믿어 달라.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왔겠느냐”며 중재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안팎에선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가 정부와 의료계를 중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최근 의료계에서 제안된 10년 동안 1004명안 등을 살펴보며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책임 있게 논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다만 한 위원장이 정부와 전의교협 사이에서 절충안을 도출한다면 여당에 큰 정치적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정부 원칙론과 전의교협 파업 등 의료계 강경론이 맞설 경우 총선에 역풍이 될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의 ‘해결사’ 역할이 부각되자 야권은 비판에 나섰다. 녹색정의당은 “한 위원장이 듣기만 해도 낯 뜨거운 ‘한동훈 구원투수 총선기획설’을 기어코 현실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별도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선 ‘총선용 쇼’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 것”이라며 “선거 17일을 앞두고 협상하겠다고 나섰는데 정부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민영·안석·황인주 기자
2024-03-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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