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아세안+3 전 즉석 대화
靑 “대화 통해 현안 해결 원칙 재확인”지소미아·강제징용 해법 ‘모멘텀’ 주목
日 “아베, 원칙적 입장만 전달” 선긋기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태국 노보텔 방콕 임팩트의 정상회의 대기실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깜짝 단독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제공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태국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노보텔 방콕 임팩트’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대기실에서 오전 8시 35분부터 46분까지 아베 총리와 단독 환담을 가졌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한 외교부 간 공식 채널로 진행되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고,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이날 ‘깜짝 환담’은 오는 23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19일 앞두고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이번 만남이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빌미 삼은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으로 최악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 회복의 모멘텀이 될지 주목된다. 환담 분위기와 관련,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 외무성은 “아베 총리가 두 나라 사이의 문제에 관한 원칙적인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밝히는 등 강조점이 달랐다. 일본 언론도 이번 만남으로 관계 진전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대부분 “아베 총리가 징용 배상 문제에서 일본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 대응책을 보여 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한국에 청구권협정을 준수해 양국 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되돌릴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니혼TV는 “두 정상이 급하게 마주한 것은 1년 이상 직접 대화를 하지 못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타개하고 징용 배상 등 현안을 해결해 간다는 자세를 보이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방콕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9-11-05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