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구두 항의·재발방지 항의문 전달”

北, 9·19 합의 자체 무력화할 가능성도
브룩스 前사령관 “한미훈련 재개해야”
일각 “북미 실무회담 조기개최가 중요”국방부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시한 것과 관련,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이용해 북한 측에 항의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이용해 북측에 해안포 사격 행위를 강하게 항의했다”면서 “구두로 항의하고 (사전에 작성한) 항의문도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5일 북한이 해안포 사격 사실을 공개하자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촉구한 바 있다. 이날 국방부가 북한 측에 전한 항의문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방부는 구두 항의 과정에서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김 위원장이 연평도 포격 9주기인 지난 23일 오전 창린도를 방문해 사격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해안포 사격으로 처음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함에 따라 향후 다른 합의 내용도 무시하며 합의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 재개 등을 통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북한이 더이상 남북 군사 합의를 존중할 의사가 없다는 신호를 발신한 것일 수 있다”며 “향후 더 많은 합의들을 깰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6일 보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내년 2~3월 무렵 연합훈련으로 직접 화답해야 한다. 한미 당국이 훈련 재개 조치를 가능한 한 빨리 취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연합사 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남북 군사위원회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당초 군사 합의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며 “다음달 초 시작되는 북한군의 동계훈련을 감안하면, 이번 포격은 향후 북한이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을 나타내는 징표”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저강도로 수위를 조절했고, 정부 또한 북측에 항의하면서도 북측의 반응을 보고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남북 관계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9·19 군사분야 합의 위반은 확실하지만 북한이 내부 통치 행위 차원에서 해안포 발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가 강하게 대응하면 북한이 더 세게 반발할 수 있기에 당분간 해안포 발사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상황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미 실무회담을 조기 개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는 남북 관계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남북미 정상은 톱다운 방식으로 실무회담 조기 개최의 적극적 의지를 갖고 회담 동력을 다시 만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