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베이징행 ‘숨바꼭질’

긴박했던 베이징행 ‘숨바꼭질’

입력 2010-05-03 00:00
업데이트 2010-05-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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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2월말→3말4초→4월말→5월초 성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 연말부터 ‘숨바꼭질’을 거듭한 끝에 3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설(說)은 지난해 10월 28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을 방문 중이던 최태복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에게 ‘편리한 시기’에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요청한 사실이 다음 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되면서 비롯됐다.

 같은 달 초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에 이은 최 비서의 방중에서 후 주석이 초청을 공식화함에 따라 김 위원장이 양국 관계의 강화를 상징하고 한때 건강이상설이 돌았던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방중 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것.

 당시 조선중앙통신이 언급한 방중의 ‘편리한 시기’를 놓고는 연말 안에 전격적으로 성사될 것이라는 의견과 북.미 대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이후인 올해 초가 적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렸다.

 ‘연말연초’ 방중설은 새해를 맞으면서 ‘올해초’ 방중설로 다시 불거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요미우리,아사히 두 신문은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주상성 인민보안상,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부부장 등의 잇따른 중국 방문을 근거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제기했다.김 위원장의 방중을 준비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관측이었다.

 김 위원장의 과거 4차례(2000.2001.2004.2006년) 중국 방문 가운데 2차례(2001.2006년)가 1월에 이뤄졌다는 사실도 김 위원장이 연초에 방중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더했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丹東) 세관 통제나 경비 강화,선양(瀋陽)-평양 열차 중단 등을 근거로 연일 김 위원장의 방중 임박했다는 보도를 쏟아부었다.

 당시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이 같은 관측은 계속 퍼져 단둥에는 한국과 일본 등 10여 개 외국 매체가 지난 1월 초부터 압록강 철교가 내려다보이는 압록강변의 호텔에 포진,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는 급기야 지난 1월9일 미국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의 ‘9일 평양 출발,10일 베이징 도착 예정’이라는 보도로 이어졌다.

 일부 외교 소식통은 당시 2월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13∼19일)가 있고 3월에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3∼14일)가 열리며 4월 이후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1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같은 달 11일 김 위원장의 방중을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아프리카 6개국 순방 일정(15∼26일)이 확인되면서 ‘김정일 1월 방중설’은 수그러들었다.

 그러면서 2월 중국의 춘제와 3월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사이인 ‘2월말’ 방중설이 제기됐고,2월 초 왕자루이 부장이 극비 방중,후 주석의 초청 의사를 재차 전달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이제 ‘시간의 문제’가 됐다.

 하지만 북한의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이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중국을 방문하면서 방중 시기에 대한 전망은 중국의 양회가 끝난 이후부터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4월 9일 이전인 ‘3말4초’설로 모아졌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31일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방중)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언론 매체들이 방중 임박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3일 새벽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열차가 단둥에 도착한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 한 때 유력하게 제기됐던 김 위원장의 4월 초 방중은 결국 단둥을 비롯한 북.중 접경지역이 한국과 일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결국 무산됐다는 관측이 돌았다.

 이후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미국 핵안보정상회의가 차례로 개최됐다.

 특히 3월26일 밤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4월말’ 방중설이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선발대로 추정되는 북한 조선노동당 대표단의 지난달 22일 중국을 방문한 것이 근거였다.

 일본 언론의 4월말 방중설은 상하이엑스포가 개막하면서 무위에 그쳤다.

 그러다 5월들어 갑작스럽게 북한 접경 중국 도시인 단둥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확인되던 ‘특별징후’들이 곳곳에서 파악됐다.

 결국 5월3일 새벽,5시(단둥 현지시간)가 넘어서자 신의주 방향에서 ‘특별열차’가 단둥 쪽으로 들어왔다.반년 가까이 끌어온 김정일 방중 숨바꼭질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서울.단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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