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례화 ‘숙제’… 韓, 녹색산업 주도권 ‘실속’

정례화 ‘숙제’… 韓, 녹색산업 주도권 ‘실속’

입력 2010-11-15 00:00
업데이트 2010-11-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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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서밋 성과와 과제

G20 서울 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열린 비즈니스 서밋이 이틀간의 짧은 일정으로 지난 12일 막을 내렸지만 남긴 의미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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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이 모이기도 쉽지 않다는 글로벌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120여명이나 함께 자리함으로써 자유무역주의 복원과 녹색성장 강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나갈 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녹색산업의 주도권을 우리나라가 쥐는 계기를 마련, ‘실속 면에서는 G20 정상회의보다 낫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표출된 글로벌 기업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관철시키느냐는 것.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서밋이 영향력과 실천력을 갖기 위해서는 모임을 정례화해서 글로벌 경제이슈를 논의하고 그 대안을 만드는 장(場)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일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회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비즈니스 서밋의 가장 큰 성과는 기업들이 경영측면에서 환경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가 세계와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직 초기 단계인 녹색산업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기업에만 맡겼을 때 정상적인 투자가 힘들다.”면서 “녹색 산업의 의의와 세제 지원 등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제시, 향후 녹색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대체에너지로 만든 전력에 대한 의무사용제 등을 기업들이 처음으로 수용할 의사를 내비쳤다는 점도 이번 회의의 결실이다.

녹색 산업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게 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최태원 SK 회장이 국내 CEO로서는 유일하게 컨비너(의장)를 맡은 분야도 녹색성장 분야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금까지 정보기술(IT)이나 무역 등 글로벌 이슈에서 선진국을 뒤따라 가는 모양새였지만 비즈니스 서밋을 계기로 녹색 산업 부문에서는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회의를 계기로 비즈니스 서밋의 정례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G20 정상들은 지난 12일 발표한 서울선언을 통해 “비즈니스 서밋 개최를 환영하고, 향후 정상회의에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유엔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전통적인 국제기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안태식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서로 과도한 경쟁 등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업 총수들이 사회적 책임들을 논의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만큼, 비즈니스 서밋의 정례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비즈니스 서밋을 정례화하느냐는 것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비즈니스 서밋에 참여한 기업들은 ‘정례화는 하되 지나친 제도화(over-institutionalization)은 피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 강제성을 띤 회의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서밋에 참여한 기업들이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못하고, 환경이나 기부 등에 대한 자발적인 선언 등이 빠진 것도 이런 한계 때문이다. 참여 기업의 기준 역시 유동적인 데다 비즈니스 서밋만을 위한 상설 조직 구성도 쉽지 않은 과제다.

이두걸·김동현·신진호기자

douzirl@seoul.co.kr
2010-11-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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