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생일 축하한데이…마이 무그라” 눈물의 생일상

“아들아 생일 축하한데이…마이 무그라” 눈물의 생일상

입력 2010-04-02 00:00
업데이트 2010-04-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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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천안함 실종자 아들의 생일을 맞아 ‘눈물의 생일상’을 차린 아버지와 실종자 중 한 명인 중사가 실종상태에서 상사로 진급한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른 번째 생일 맞은 신선준(30) 중사

 “아들아,생일 축하한데이(축하한다).밥 마이(많이) 무그라(먹어라)”2일 오전 8시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관 내 식당에 앉은 실종자 신 중사의 아버지 국현(59)씨는 아들의 서른 번째 생일을 혼자 조용히 축하했다.

 아버지의 식판 앞에는 다슬기 해장국,김,계란부침,봄나물,김치,연근으로 차려진 똑같은 아침 식판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고맙습니데이(고맙습니다)”라는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축하인사에 답해 줄 아들이 그 자리에 앉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현씨는 이렇게라도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어 이날 식당에 특별히 한 명분 식사를 더 달라고 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네요.빈 상을 보는데 눈물이 먼저 나네요.에휴...” 국현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신 중사는 며칠 전부터 아들의 생일날이 돌아오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슬펐다.

 신 중사는 주민등록상 1981년 3월23일 태어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가족은 음력 생일(2월18일)을 챙겼다.

 국현씨는 이날 사고현장으로 떠난 실종자 가족 참관단에 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대신 부대 밖으로 나가 케이크를 사다가 저녁때 정식으로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국현씨는 “처음부터 (살아있을) 희망이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면서도 “그래도 기적이라는 게 있을 수 있으니까..기다려 봅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국현씨의 하나밖에 없는 누나 선영씨도 멀리 울산 집에서 사촌동생과 함께 미역국과 케이크를 차려놓고 불러도 대답없는 동생의 생일을 눈물로 축하했다.

 케이크에 꽂혀 있는 촛불을 바라보는 누나는 “조카 태어나면 머 사줄지 동생이 계속 물어봤는데..오늘은 (살아) 올 거라고 믿어요”라며 흐느꼈다.

 ●실종상태에서 승진한 김태석.문규석 상사

 천안함 침몰사고 당시 중사였던 김태석(38)씨가 1일 자로 상사로 승진했다.

 2함대사령부 내에서 남편의 생환을 기다리는 아내 이수정(37)씨는 이날 “살아서 상사 계급장을 달았으면 좋았겠죠.사고가 없었다면 어제 계급장을 달고 엄청나게 좋아했을 텐데...”라고 말을 흐렸다.

 지난달 16일 출동하기 전 김 상사는 군복에 붙어 있는 중사 계급장을 직접 떼어내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무척 설레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아내 이씨는 “남편이 훈련복과 진급식에서 입을 해군 정복과 모자를 챙겨 집을 떠났는데...이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 상사는 ‘실종자는 진급대상에서 보류된다’는 군 인사규정 때문에 진급할 수 없었지만,해군이 승조원 46명이나 실종된 상황에서 승조원의 명예를 지키기위해 지난 1일 김 상사의 진급을 승인했다.

 김 상사의 아내 이씨는 “군생활에서 진급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남편이 살아 돌아와 상사 계급장을 단 멋진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어요”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문규석 상사도 김 상사와 같은 날 함께 승진했다.문 상사의 가족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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