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이후] 실종 가족-생존 장병 만남…또 ‘눈물바다’

[천안함 침몰 이후] 실종 가족-생존 장병 만남…또 ‘눈물바다’

입력 2010-04-09 00:00
업데이트 2010-04-0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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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어머니 “우리 동진이 아는 사람없어요?”… 함내 위치 그려주며 설명

“너라도 살아와줘서 고맙다.”, “어머님, 저만 돌아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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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끊는 만남
애끊는 만남 온통 울음바다였다. 애끊는 모정이었고, 그리운 어머니였다. “니들이라도 살아와줘서 고맙다.”, “어머니 죄송합니다.”라고 하면서 다들 흐느꼈다. 천안함 생존 장병 39명과 실종자 가족 59명이 8일 저녁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정비지구 식당에서 만났다. 한 실종자 어머니와 생존자 장병이 서로 부둥켜 안고 울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온통 눈물바다였다. 아들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어머니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은 장병들 모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8일 오후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 정비식당. 실종자 어머니, 아내, 누나 등 가족 59명과 생존 장병 39명(부사관 26명, 사병 13명)이 가슴 아픈 첫 만남을 가졌다.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온갖 루머와 억측·오해를 뒤로하고 14일 만에 대화와 화해의 시간을 마련했다. 최원일 함장 등 군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만남에서 어머니들은 실종된 아들의 함상 생활과 사고 당시 상황, 군의 대응 등 궁금해 하던 것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생존 장병들과 나눴다.

실종자 어머니들은 해군근무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장병들이 식당으로 들어오자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있을 아들 생각에 흐느끼기 시작했다. 실종자 어머니들은 “살아오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를 연신 외쳐대며 생존 장병들의 두 손을 움켜 잡았다. 한 실종자 가족은 “살아돌아온 분들을 원망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마우신 분들을 모시고 위로를 받고자 만든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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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저녁 경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정비지구 식당에서 천안함 실종자의 어머니가 생존 장병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실종자 가족 59명은 생존 장병 39명과 만나 아픔을 다독이며 사고 당시 상황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사진공동취재단
8일 저녁 경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정비지구 식당에서 천안함 실종자의 어머니가 생존 장병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실종자 가족 59명은 생존 장병 39명과 만나 아픔을 다독이며 사고 당시 상황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사진공동취재단


처음에 한숨을 쉬고 허공을 응시하며 어쩔 줄 몰라하던 장병들도 자리에 앉자마자 금세 눈물을 쏟았다. 상처받은 마음은 실종자 가족들의 위로에 순식간에 녹아내린 듯 보였다.

김동진 하사의 어머니 홍수향(45)씨는 아들의 이름이 쓰인 명찰을 내보이며 “우리 동진이 아는 사람없어요?”라고 외치며 한 병사를 부둥켜 안고 울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인 채 의자에 앉아 있던 병사도 “어머니 울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따라 울기 시작했다. 홍씨는 안경을 벗어 눈물을 닦는 병사의 눈물을 닦아주고 “괜찮다.”며 등을 두드려 줬다.

서대호 하사의 어머니 안민자(52)씨는 한 병사의 손을 꼭 잡으며 “우리 대호랑 같은 방에 있었나?”고 물으며 흐느꼈다. 이어 “맞아 우리 애는 꼭 살아 있을 거야. 대호는 강해.”라면서 “마음 크게 먹고 전우들이 못 이룬 꿈 꼭 이루고. 아프지 말고.”라고 생존 장병을 위로하며 오열했다.

문규석 상사의 어머니 유의자씨도 아들 동료들의 어깨를 감싸며 “니들이라도 살아왔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고생 많았다.”고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문 상사의 아내는 옆에서 연신 눈물만 훔쳤다.

한 생존 장병은 천안함 침몰 직전 실종자들의 위치를 적었던 수첩을 내보이며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정종률 중사가 가속엔진실 부분에 있었다는 설명을 듣던 가족들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이날 만남의 자리에는 실종자 가족들 중 희망자만 참석했다. 일부 가족들은 “생존 장병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실종된 ‘제2연평해전 참전’ 박경수 중사의 사촌형 경식(36)씨는 “한 번 겪어본 일이라 갈 수가 없었다.”면서 “기억하기 싫은 일을 말하는 장병들을 괴롭히기 싫어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해군 측과 실종자 가족 협의회는 면담에 참여한 가족들이 충격에 실신할 것을 우려해 구급차 3대를 마련했으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전날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고(故) 김태석 상사의 평택 해군아파트에는 주민들이 조기를 자발적으로 달고 김 상사를 추모했다. 이 아파트에는 실종 승조원 46명 중 7명이 살고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0-04-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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