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에 10억대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사건 선고를 하루 앞둔 8일 검찰이 한 전 총리가 수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정황을 잡고 건설업체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새로운 혐의에 대해 ‘5만달러’ 기소사건과 별도로 수사할 방침이어서 9일로 예정된 선고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한 전 총리가 경기 고양시 건설업체 H사의 한모(49) 전 대표에게서 10억원 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단서를 포착해 H사와 자회사인 K사, 회계법인 등 3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재무제표와 회계장부 일체, 감사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또 사기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한 전 대표를 소환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정황 등을 추궁했다. 한 전 총리가 공기업 사장 인사청탁과 함께 2006년 12월20일 총리 공관에서 곽영욱(70·구속)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5만달러를 받은 혐의와는 별개 사건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2008년 5월 부도가 난 H사의 채권단이 회사의 자금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대표가 68억원을 빼돌려 이 가운데 일부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넨 의혹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5만달러 수수의혹사건에 대한) 일단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 조광희 변호사는 “검찰이 어떤 이유로 압수수색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면서 “한 전 총리에게 오해를 받을 만한, 짚이는 일이라도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9일 예정된 한 전 총리 사건의 판결은 재판부가 곽 전 사장의 진술을 얼마나 신빙성 있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뇌물공여자의 자백 진술만 있고,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전형적인 뇌물사건이기 때문이다. 유죄라면 한 전 총리가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고, 무죄라면 검찰이 정치적 이유로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돈을 건넸다는 점을 일관성 있게 진술했다.”며 유죄로 주장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고위급 공직자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 같은 내용의 최종 의견서 70쪽과, 증거관련 의견서 50쪽을 6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뇌물공여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돈 전달과정도 비합리적”이라며 반대 의견 의견서를 7일 재판부에 냈다. 곽 전 사장은 검찰조사에서 “돈 봉투를 직접 건네줬다.”고 말했다가 3월11일 2차 공판 때부터 “오찬장 의자에 두고 왔다.”고 진술을 바꿨다. 결국 검찰은 재판부의 권유에 따라 공소장을 변경했다.
정은주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0-04-09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