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수사’ 대비한 사전포석 의미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https://img.seoul.co.kr/img/upload/2010/08/06/SSI_20100806180603.jpg)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https://img.seoul.co.kr//img/upload/2010/08/06/SSI_20100806180603.jpg)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이 전 비서관 소환에 대해 검찰은 전날 밤까지만 해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신경식 1차장검사는 “현재로선 이 전 비서관 소환 계획이 전혀 없다.”며 “(참고인으로 부른 뒤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다는 언급도) 검찰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꾸고 이 전 비서관을 전격 소환했다.
검찰은 우선 이 전 비서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 불법 사찰과의 관련성을 살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진행 상황에 따라 수사 범위는 추가 사찰 건 등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신 차장검사는 “(이 전 비서관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여러 가지”라며 “그와 관련된 의혹들, 필요한 건 모두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그 신분 역시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참고인 진술 외에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이 전 비서관 혐의 입증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검찰은 지원관실 외부 전산자료 복원을 끝내고 그 물증을 바탕으로 이 전 비서관을 소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윗선’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던 복원 작업이 실패로 끝나면서 물증 확보가 요원해진 상태다.
이런 상황인데도 검찰이 이 전 비서관을 전격 소환한 것은 본격 ‘윗선’ 수사를 대비한 또 다른 ‘사전 포석’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증 대신 ‘인적 증거’ 확보에 더 많은 시간과 수사력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피의자 기소 이후 검찰 수사도 결국 ‘인적 증거’ 확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원관실 업무 전반을 꿰고 있었다는 ‘비선 메신저’ 진경락 기획총괄과장과 이 전 비서관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진술 확보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전 비서관 소환은 일종의 ‘면죄부’이며 마무리를 위한 ‘요식행위’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비서관과 진 과장을 소환하면서도 이 전 지원관 등 피의자들은 부르지 않았다. ‘윗선’ 보고 여부 확인에 필수적인 대질심문을 하지 않은 셈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
2010-08-07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