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64t TTP 산산조각···태풍 위력 실감

가거도 64t TTP 산산조각···태풍 위력 실감

입력 2010-09-09 00:00
업데이트 2010-09-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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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태풍 할퀸 가거도 현지조사 공무원 혀 내둘러

 “64t짜리 테트라포드(TTP)가 조각나 부서진 것을 세는 것보다 온전한 것을 세는 것이 빠를 것 같습니다.”지난 1일 밤 제7호 태풍 ‘곤파스’가 할퀴고 지나간 한반도 최서남단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방파제 앞 TTP는 참담할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곤파스에 이어 제9호 태풍 ‘말로’가 물러가면서 뱃길이 열리자 급히 현지에 들어간 서해어업지도선 사무소 어항과와 신안군 가거도출장소 직원들이 9일 어선을 타고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그동안 물속에 잠겨 있다 드러난 TTP는 칼로 자른 듯 절반으로 잘렸거나 3~4개로 조각나 상상을 초월한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설계팀과 함께 피해 조사에 나선 어항과 김용원 담당은 전화 통화에서 “1차 조사 결과 피해액은 2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TTP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른 시일 안에 복구할 계획이지만 파도가 거센 현지 기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황성주 가거도 출장소장은 “썰물 때 둘러보니 방파제 위보다 물속에 잠겨 있던 TTP 피해가 심각해 어디서부터 복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초속 50m가 넘는 초강력 태풍 곤파스로 TTP와 함께 104t짜리 큐브 블록이 이탈하고 난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등 가거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2008년 착공 30년 만에 준공된 가거도항을 보면서 주민들은 ‘29년간의 태풍과의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또다시 부서져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목포항에서 남서쪽으로 145㎞ 떨어진 가거도항 시설공사는 1천343억원을 들여 방파제 480m,어선·여객선을 대는 물양장 497m,항안으로 들어오는 파도를 다시 막는 방사제 195m가 설치됐다.

 공사 규모로는 소규모 어항에 불과한 가거도항 공사에 30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린 것은 공사 도중 대형 태풍에 세 차례나 유실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동중국해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이 기상 악화 때 긴급 대피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에 들어갔지만,공사가 절반가량 이뤄진 1986년 여름 대형 태풍 ‘베라’가 덮치면서 방파제 220m가 유실됐다.

 집채만 한 파도가 덮치면서 32t짜리 테트라포드가 항안으로 밀려 들어와 방파제를 망가뜨렸다.

 시공업체인 삼부토건은 대형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테트라포드를 개당 64t 규모로 늘렸지만 2000년 8월 초속 58.7m에 이르는 초대형 태풍 ‘프라피룬’에 또 맥없이 무너졌다.

 2003년 태풍 ‘라마순’에 연거푸 방파제 유실의 아픔을 겪은 시공업체는 설계를 변경해 파도를 가장 세게 맞는 머리 부근에 개당 108t짜리 큐브 블록을 설치하고 공사를 마감했다.

 가거도항에는 개당 740만원이 소요되는 64t짜리 테트라포드 4천개,1천만원짜리 큐브 블록 1천개가 투하됐다.

 인구 529명의 가거도는 우리나라 맨 서쪽 섬으로 ‘가히 사람이 살 수 있다’ 해서 가거도(可居島)로 이름이 붙여졌는데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흑산도,홍도를 거쳐 4시간이 걸린다.

 신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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