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말단직원 2명이 챙긴 뇌물 45차례 4억9천만원

경찰청 말단직원 2명이 챙긴 뇌물 45차례 4억9천만원

입력 2015-09-29 10:38
업데이트 2015-09-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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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 들어가자 기록 조작…헬기담당 경찰관들 구속기소

경찰헬기 정비 업무를 맡은 경찰청 말단직원 2명이 업자에게서 5억원 가까운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뒷돈 6천만원만 밝히고 자체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검찰에서 비리 경찰관의 후임자까지 같은 혐의로 구속돼 부실수사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정비업자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김모(42) 경사와 또다른 김모(35) 경사, 뇌물을 건넨 정비업체 M사 대표 배모(37)씨를 각각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두 경찰관은 2012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헬기 부품 납품과 정비용역을 수주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배씨에게서 45차례 4억9천39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각각 경찰청 항공과 항공운영계와 항공정비대에 근무했다. 본청 항공운영계는 헬기 부품구매와 정비용역 발주를, 김포공항에 있는 항공정비대는 구매·정비 수요를 제기해 업무상 밀접한 관계였다.

2012년 4월 항공정비대에 근무하던 김 경사가 평소 알고 지내던 배씨를 본청 김경사에게 소개해주면서 뒷거래가 시작됐다. 두 경찰관은 헬기 관련 용역을 M사에 몰아준 뒤 하자가 발생해도 눈감아주기로 하고 거래대금의 10%를 돌려받기로 했다. 계약금액도 배씨가 제시한 견적을 그대로 반영하는 조건이었다.

두 경찰관은 배씨에게 받은 ‘리베이트’ 1억2천50만원을 반씩 나눠 가졌다. 그러나 본청 운영계에 근무하던 김 경사는 계약 권한을 무기로 3억7천340여만원의 뇌물을 별도로 챙겼다. 그는 “항공과 행사와 물품 구입에 필요한 돈을 달라”고 요구해 배씨 명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받았다.

본청 김 경사가 배씨에게 사업을 몰아주기 위해 각종 불법행위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배씨가 운영한 4∼5개 회사는 용역을 따낸 뒤 납품·정비업체에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중개업체였다. 그러나 김 경사는 배씨의 회사 D사가 싱가포르에 있는 세계 최고 정비업체 S사의 한국지사인 것처럼 경찰 내부 공문을 허위로 작성했다.

정식 절차 없이 배씨 업체에 정비용역을 준 뒤 입찰정보를 알려주며 계약업체를 뒤늦게 선정했다. 이 때문에 감사를 받게 되자 헬기 선적·정비 일정을 위조한 배씨 회사 명의 공문을 만들어 경찰청 감사담당관실에 제출하기도 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본청 김 경사의 비리를 수사하면서 올해 6월 정비대 김 경사를 후임으로 발령냈다. 전임자가 배씨에게 뒷돈 6천만원을 받았다면서도 구속영장도 신청하지 않고 지난달 초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후임 김 경사도 이미 3년 전부터 함께 뇌물을 받아왔고 수뢰액수도 경찰 수사결과보다 8배 이상 많은 사실을 확인해 두 사람을 잇달아 구속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달 22일 “(경찰 수사가) 결론적으로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제식구 감싸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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