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경찰 식별까지 훈련한 10대 보이스피싱범

잠복경찰 식별까지 훈련한 10대 보이스피싱범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입력 2015-11-03 22:54
업데이트 2015-11-03 23:3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中총책 지시 받고 인출·송금…체포 후 행동 요령까지 숙달

‘주변에 스타렉스나 카니발이 서 있으면 조심해라. 형사들이 잠복할 때 자주 타고 다니는 차량들이다.’

보이스피싱에 가담해 합숙까지 하면서 잠복 경찰을 식별하는 방법이나 체포당할 경우 행동 요령까지 훈련한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 및 송금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배모(19)군 등 4명을 구속하고 신모(18)군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의 동네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 8월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은 3명의 피해자로부터 51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배군 일당은 대포통장에 입금된 범죄수익금을 계좌 명의자에게서 넘겨받아 중국 조직에 송금했다.

이들은 서울 송파구의 한 모텔에서 함께 숙식하면서 중국 조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범죄 수익의 2∼3%를 챙겼다. 별다른 지시가 없을 때는 배군이 중국 총책에게서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달받은 ‘경찰 식별 방법’이나 ‘체포 시 행동 요령’ 등을 숙달하기 위해 모의 훈련을 하기도 했다.

중국 총책이 가르친 내용은 경찰 식별 방법 외에도 ‘경찰에 붙잡혔을 때는 메신저 앱부터 삭제하라’는 체포 시 행동 요령, 이동·도주 방법 등이었다. 이들은 범행할 때 2인 1조로 움직이며 메신저를 통해 “앞사람이 통장 명의자를 만나는 동안 뒷사람은 카니발(형사 기동차량)이 오는지 잘 살펴라”라는 등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계좌 명의자들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도록 도와주겠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려면 거래 실적을 쌓아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속여 이들의 통장을 범행에 이용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5-11-04 9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