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받아놓을 공간도 없고…, 식당 문을 닫아야죠”

“물 받아놓을 공간도 없고…, 식당 문을 닫아야죠”

입력 2015-11-04 14:41
업데이트 2015-11-0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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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급수조정 임박 서산·태안 민심 ‘흉흉’

“물을 받아놓을 공간도 없고, 받아놔야 한 두시간 밖에 못 버틸텐데, 결국 식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요.”

충남 서산시 읍내동 호수공원 일대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구모(31)씨는 내주부터 강제 급수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시청의 통보에 4일 이같이 하소연했다.

구씨는 “아직 식당 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큰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동별로 나눠 단수를 하고, 나중에는 식당들도 단수를 피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언제 단수가 될까 불안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아무리 가뭄이 심하더라도 일반 가정은 몰라도 식당은 점심이나 저녁 영업시간은 피하고 늦은 저녁시간 위주로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영업이 어렵다”고 푸념했다.

국토교통부가 충남 서해안 8개 시·군에 대해 자율적 제한급수로 물 사용량을 20% 줄이지 못하면 다음 주부터 강제로 급수관 밸브를 닫아 5%가량의 수돗물 공급을 줄이기로 한 가운데 서산시와 태안군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서산시 동문동 H아파트를 찾아가 보니 단지 중앙에 절수를 종용하는 관리사무소 명의의 플래카드가 걸린 것이 눈에 띄었다.

플래카드에는 ‘42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상수원인 보령댐 저수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생활용수 30% 의무절감 강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사용량 절감이 미미할 경우 시간별 제한급수로 이어질 수 있으니 물 절약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쓰여 있었다.

단지 중앙에 바닥분수도 있었지만, 여름철이 지난 데다 물 사정도 좋지 않아 이미 오래전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부 백모(39)씨는 “아이들을 씻기거나 설거지, 빨래를 하다 갑자기 물이 안 나왔다고 몇초 지난 뒤 다시 나오는 데 짜증이 난다”며 “지금도 불편한데 다음 주부터 강제 급수조정을 한다니 어떻게 살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백씨는 “우리 아파트는 전면적인 단수는 없었고, 수압을 줄이기만 했는데도 고층이라서 불편한 게 한둘이 아녔다”며 “정말 다음 주부터는 단수가 되는 거냐”고 되물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부 전모(41)씨는 “물을 아껴야 하기에 화장실 변기에 1.5ℓ짜리 페트병에 물을 채워 넣었다”며 “고층아파트에 살다 보니 물이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유모(69)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수시로 방송을 하면서 세탁물은 모아서 한번에 빨래를 하고, 물을 절약해야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목욕탕 주인 박모(52·여)씨는 “제한급수를 한 뒤로 냉탕의 폭포형 샤워와 어깨 마사지 샤워 등은 아예 가동을 중단시켰고, 온탕의 물도 평소 하루 10번가량 갈아주던 것을 4번 정도로 줄여 손님들이 물이 더럽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물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 절수가 되면 목욕탕 내 정수기를 쓸 수 없어 생수를 사다 공급해야 하고, 습식샤워도 끌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수압에서 5%를 더 줄이면 아예 수돗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근 태안지역은 절수량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해 강제 급수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민심도 흉흉한 상태다.

당국이 갑자기 단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서산에서 태안으로 가는 국도에는 ‘40년만의 극한가뭄, 20%를 절약해야 단수의 사태를 피할수 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태안읍 조석시장의 횟집 주인 김모(52·여)씨는 “얼마 전에 군청에서 24시간 단수를 한다고 했다가 연기하면서 언제 다시 단수를 할지 모른다며 민심이 좋지 않다”며 “횟집 수조는 바닷물을 쓰는 만큼, 물 공급이 줄어도 관계가 없지만 주방에서 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영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물 때문에도 속을 썩는다”며 “단수를 하더라도 영업시간은 피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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