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서 재판 참관…”아이들이 있었다면 오늘 수능 봤을 것”
세월호 선장 이준석(70)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희생자 유족들은 “위로가 됐다”면서도 돌아오지 못할 자녀 생각에 눈물을 쏟았다.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열린 12일 오후. 선고 전부터 법정에는 노란 점퍼를 입거나 리본을 단 유족들이 방청석 뒤쪽을 가득 메웠다.
취재진의 관심도 높아 국내 언론사뿐만 아니라 외신 취재진들도 몰렸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법정 주변에는 경찰이 배치됐다.
유족들은 대부분 긴장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 채 판결을 기다렸고, 깊은 한숨을 연방 내쉬는 이도 있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들어서자 대법정에는 팽팽한 정적이 흘렀다.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양 대법원장이 주문을 읽을 때도 표정 변화가 없던 유족들은 이준석 선장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는 취지의 선고 내용이 이어지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모든 승무원은 승객을 적극적으로 구조할 의무가 있었다”는 말에 한숨 소리는 더욱 커졌다. 참던 눈물을 닦는 이들도 보였다.
판결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유족들은 “대법원이 선장과 선원들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1년 7개월 동안의 인고와 고통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위로했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이날 살아있었다면 시험을 치렀을 자식 생각에 부모들의 침울함은 걷히지 않았다.
전명선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이 있었다면 자기의 꿈과 미래를 위해 수능을 봤을 시간이다. 가족들도 이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자식들과 함께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욱 어머니’라고 밝힌 다른 유족은 “대한민국의 미래였던 250명의 아이가 오늘 시험을 못 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자유, 평등,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친구들에게 힘을 주고 있을 것”이라며 울음을 참았다.
기자회견이 끝나고서도 유족들은 한참을 대법원 앞을 떠나지 못한 채 서로 어깨를 감싸 안고 흐느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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