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소속 회계사 32명, 미공개 기업정보로 억대 이득

‘빅4’ 소속 회계사 32명, 미공개 기업정보로 억대 이득

입력 2015-11-19 23:10
업데이트 2015-11-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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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감사·인맥 통해 정보 빼내

기업 회계감사를 하며 얻은 미공개 실적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한 삼일회계법인 등 이른바 ‘빅4’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2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경력이 짧은 회계사들로 학교 동문 등 개인적 친분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이진동)는 감사 대상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 등으로 억대 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삼일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이모(29)씨와 배모(30)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상대적으로 적은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된 장모(29)씨 등 4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다른 7명은 벌금 400만~1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정보를 단순히 누설한 혐의를 받는 19명은 금융위원회에 징계를 하라고 통보했다.

이씨 등 6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31개 주요 기업의 미공개 실적 정보를 파악하고 이 가운데 14개 기업의 주식 등을 사고팔아 6억 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을 주도한 건 이씨였다. 이씨는 혼자서 5억 6000여만원을 챙겼고 자신의 정보를 아버지에게 전달해 추가로 5500여만원의 이득을 봤다. 이씨가 투자한 곳 가운데 자신이 직접 감사한 곳은 한 곳이었지만 학교 동문이나 입사 동기 등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회사 실적 정보를 입수했다.

32명의 소속을 보면 삼일회계법인이 26명으로 가장 많고 삼정회계법인 4명, 안진회계법인 2명이다. 10명은 특정 대학교 동문이었다.

범행 대상이 된 회사는 아모레퍼시픽과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제일기획, 이마트, 한샘, KB국민카드 등 이름만 대면 쉽게 알 수 있는 대기업이었다.

이들이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카카오톡’, ‘라인’ 등 국산 메신저를 쓰지 않고 이른바 ‘사이버 망명지’로 통하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쓰려고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실제로 이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앞으로 주식 관련 얘기는 텔레그램을 이용하자. 이건 대화를 삭제해 더 안전하다고 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문찬석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자본주의를 지키는 파수꾼인 회계사가 오히려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대규모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을 처음으로 적발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5-11-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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