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지시’ 실체 규명 속도…김기춘·조윤선 등 예전 靑 핵심인사 곧 조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5일 삼성 합병과 이화여대 학사 비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 중이다.특검팀은 이날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입시 부정 의혹에 연루된 남궁곤(55) 전 이대 입학처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남궁 전 처장은 2015년학도 체육특기자 선발 때 정씨에게 특혜를 줘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그는 면접 평가위원 교수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했고, 실제 정씨는 면접관들에게 금메달을 보여주는 등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를 했던 것으로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특검팀은 남궁 전 처장을 상대로 최경희(55) 전 총장이나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최순실씨측과 입시 문제로 접촉한 적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삼성 합병 의혹의 핵심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김진수(59)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도 이날 오전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김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인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인물이다.
특검팀은 김 비서관에게 안 전 수석으로부터 그러한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이를 문형표(56·구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홍완선(61)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김 비서관은 안 전 수석과 함께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줄 ‘키맨’으로 꼽힌다. 이날 조사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 뇌물죄를 겨냥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비서관은 이날 조사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에 “삼성 합병 과정에 관여한 바 없으며 박 대통령 지시도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 특혜 지원 의혹의 주요 당사자인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문 전 장관도 오후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
특검은 아울러 오후 2시부터 송수근(55)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시켜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이다.
송 차관은 2014∼2015년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며 ‘건전콘텐츠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블랙리스트 인물과 연관 사업을 총괄 관리했다는 의심을 산다.
특검팀은 송 차관 조사를 마무리하고서 조만간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두 사람은 작년 12월 초 문화예술단체로부터 나란히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특검 관계자는 “오늘 조사 대상자들은 대체로 각 의혹의 윗선으로 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강도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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