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朴처럼 비극적인 사람 또 있나…최순실과 엮여 통탄”

정호성 “朴처럼 비극적인 사람 또 있나…최순실과 엮여 통탄”

입력 2017-10-25 10:12
수정 2017-10-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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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문건 유출’ 정호성 징역 2년6개월 구형…법원, 내달 15일 선고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호성, 결심 공판 출석
정호성, 결심 공판 출석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정호성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이 2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국정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렸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고도의 비밀성이 요구되는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해 최씨가 국정을 농단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청와대 문건이 악용되게 했다”고도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후 진술에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은 소회와 공범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정치 사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비극적인 사람이 또 있겠느냐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며 “대통령을 더 잘 모시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자책했다.

이어 “문건 유출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국정운영을 조금이라도 잘 해보려고 하나하나 직접 챙기는 대통령을 더 잘 보좌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수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 뜻을 헤아리고 받드는 과정에서 과했던 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게 특별히 잘못됐다든가 부당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통령이 자기 지인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건 얼마든 할 수 있는 통치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과거 대통령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정상들도 흔히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그러면서 “나라를 위하고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했던 최순실씨의 행동들과 연계돼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정말 통탄스러운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어쩌겠나. 이 또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공직에 있는 동안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사생활을 다 포기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런 노력이 다 헛되이 무너져 이 자리에 서 있다”면서 “마음은 아프지만, 결과적으로 실정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선 어떤 책임도 감수하겠다”며 말을 마쳤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힌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드레스덴 연설문’, ‘해외순방 일정표’ 등 비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그간 재판에서 기밀 문건을 최씨에게 건넨 사실을 인정하며 “대통령을 잘 보좌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서도 “국정운영을 잘 해보시려고, 한 번이라도 더 체크해보려고 그러신 것”이라고 감쌌다.

정 전 비서관의 기밀 누설 혐의 심리는 2월 중순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러나 함께 기소된 최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재판이 길어져 결심 공판이 미뤄줬다.

그사이 지난해 4월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됐고, 정 전 비서관도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 같은 달 추가 기소됐다.

정 전 비서관의 청문회 불출석 사건도 지난 5월 10일 증거 조사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공범인 박 전 대통령 때문에 5개월 넘게 심리 종결을 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과 함께 선고하려고 기일을 미뤄왔는데 심리 경과에 비춰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박근혜 피고인 사건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심리가 어느 정도 진행돼서 정호성 피고인에 대한 선고를 먼저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고 일시는 다음 달 15일 오후 2시 10분이다. 지난해 11월 20일 재판에 넘겨진 지 360일 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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