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노회찬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한 국회 청소노동자들

거리에서 노회찬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한 국회 청소노동자들

오세진 기자
입력 2018-07-28 10:46
업데이트 2018-07-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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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회찬 국회의원의 국회장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27일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국회도서관 앞 도로변에서 고인의 운구 행렬을 기다리며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고 있다. 민주노총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고 노회찬 국회의원의 국회장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27일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국회도서관 앞 도로변에서 고인의 운구 행렬을 기다리며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고 있다. 민주노총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지난 27일 고 노회찬 국회의원의 국회장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시민들과 동료 의원, 각계 인사 등 2000여명이 모여 고인과 마지막 작별 의식을 치렀다.

그런데 이날 국회도서관 앞 도로변에서 19명의 노동자들이 땡볕에서 서 있었다. 국회 청소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국회의사당 정현관 앞으로 들어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고인의 운구 행렬을 지켜보기 위해 국회 앞 도로변에 나와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고인이 그들을 보듬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2016년 당시 국회사무처는 본청 내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휴게실과 노동조합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무실과 휴게실을 내주면 청소노동자들이 쉴 공간이 없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고인은 청소노동자들을 만나 “혹 일이 잘 안 되면, 저희 (정의당) 사무실을 같이 쓰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다행히 국회의원회관 9층으로 휴게실과 사무실을 옮겼지만 청소노동자들은 고인의 한마디를 잊을 수 없었다.
고 노회찬 국회의원의 운구차가 지난 27일 국회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민주노총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고 노회찬 국회의원의 운구차가 지난 27일 국회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민주노총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고인의 과거 ‘명연설’에 등장한 ‘6411번 버스’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6411번 버스는 매일 새벽 같은 시각, 같은 정류소에서 같은 사람이 탑니다. 누가 어느 정류소에서 타고 어디서 내릴지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중략) 이분들은 이름이 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다. 그냥 아주머니,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중략)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은 투명인간입다. 존재하되 우리가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첫 버스를 타고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강남으로 가는 청소노동자의 삶을 보듬어 줘야 한다는 호소였다. 그 호소가 국회 청소노동자들에게도 전해진 것이다.

민주노총은 “고인이 생전에 함께 해왔고 일구고자했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바로 세우고, 진보정치의 승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고인의 영전에 드립니다”라면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애통한 죽음에 다시 한 번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평안히 영면하소서”라고 애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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