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술판 벌인 청소년, 술 판 어른들 탓인가요

[생각나눔] 술판 벌인 청소년, 술 판 어른들 탓인가요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10-01 23:30
업데이트 2018-10-0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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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청소년 술·담배 판매 집중 단속

음주 상태 청소년 범죄 매년 증가세
부모·학교에 고지 외 처벌 규정 전무
업주는 신분확인 속아 판매해도 처벌
“어른 책임 아이에 넘겨선 안 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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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이 늘어나자 경찰이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판매한 업주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판매한 이들을 단속하면 청소년들의 비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술·담배를 구입하는 청소년을 처벌하지 않고 판매하는 사람만 처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2016년 5181명에서 지난해 5431명으로 1년 사이 4.8% 늘어났다. 올해 1월부터 8월 사이에도 3638명의 청소년이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다. 이와 함께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판매하다 적발되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범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8341명에서 지난해 8911명으로 2년 사이 6.8%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3876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판매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2~3개월의 영업정지 또는 영업장 폐쇄 조치를 당한다. 경찰은 다음달 30일까지 술·담배 등을 판매한 업주를 대상으로 집중 계도·단속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술·담배를 사려고 신분증을 위·변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판매자만 처벌해선 청소년의 음주 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술·담배를 구입한 청소년과 보호자까지 형사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국내 청소년보호법은 위반 청소년에 대해 친권자(보호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고, 상습범에 대해서는 학교장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통보 처분된 청소년은 2015년 2577명에서 지난해 3371명으로 30.8% 증가했다. 그러나 35만명이 넘는 학교 밖 청소년이나 가출 학생에게는 이러한 통보 규정이 의미가 없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5월 통보 조치를 한 청소년 중 상습범에 대해서는 경찰이 선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술은 청소년 비행의 시작”이라면서 “학교장이 통보를 받으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팔아서는 안 되는 어른들의 책임을 아이들에게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10-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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