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낡은 배관 686㎞,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

전국에 낡은 배관 686㎞,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18-12-05 22:08
업데이트 2018-12-0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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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동 사고 주요 원인 ‘27년 된 배관’


난방온수 사용 급증하면 압력 높아져
2007년 이후 파열 80%가 노후화 때문


한파주의보가 내린 지난 4일 오후 8시 41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발생한 온수공급용 배관 파열사고는 30년이 다 된 낡은 배관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5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난방온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뜨거운 물이 27년 된 낡은 강철배관에 가득 차 공급되면서 압력이 높아져 용접 부위에 금이 가 터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일산·분당 등 1991년에 만들어진 1기 신도시에서는 온수공급용 배관 파열사고가 연례행사처럼 발생한다. 백석동에서는 2016년에도 같은 사고가 일어났으며, 분당에서도 지난 2월과 3월 2차례 있었다. 모두 다 1㎝ 두께의 배관 노후화로 확인됐다.

지역난방공사 조사결과 2007년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난방배관 파열사고 약 30건 중 80%가 배관 노후화가 원인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2014∼2016년 발생한 도로 지반 침하 240건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도 같다. 4건 중 3건이 낡은 상·하수도관 때문으로 분석됐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열수송관 현황‘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열수송관 총 2164㎞(2열) 중 32%인 686㎞가 20년 이상 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는 2009~2012년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열수송관 기대수명 연구결과를 근거로 열수송관의 기대수명을 공급관 40년, 회수관 50년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20~30년이 지난 배관에서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해 12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내년 말 완료 목표로 장기사용 열수송관 건전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반이 약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백석동 일대는 과거 농경지였고 한강과 가까우며 지하 수위도 높아 지반이 변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파열사고 현장과 사망자 빈소를 찾은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위험한 곳은 긴급점검을 해서 우선 1주일 내에 조치하고, 문제가 되는 배관 686㎞ 전체를 한 달간 정밀 진단을 하겠다”며 “1998년 이전부터 쓰는 열 수송관의 경우 당시에는 연결고리 탐색을 하는 공법이 적용되지 않아 대부분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8-12-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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