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 미혼 여성 10명 중 7명 “동의 안 해”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 미혼 여성 10명 중 7명 “동의 안 해”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9-03-21 22:26
수정 2019-03-22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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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 실태조사

72% “반대”… 남성의 70% 보다 더 높아
“결혼 가치관 변화·심각한 주거 부담 영향”
취업한 남녀는 30%가 “남성만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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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은 남자가, 혼수는 여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전통적 결혼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 오히려 남성보다 더 많은 여성이 남성에게 신혼집 마련 부담을 지우는 것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에 미혼 남성 1140명 중 70.2%(전혀 찬성하지 않는다 15.5% +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54.7%)가 반대했고, 미혼 여성은 1324명 가운데 72.3%(전혀 찬성하지 않는다 16.3% +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56.0%)가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남자가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은 남성 3.8%, 여성 4.3%에 그쳐 신혼집 마련을 오롯이 남성만의 책임으로 보는 시각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런 경향은 연령이 낮을수록 더 두드러졌다. 20~24세 미혼 남녀 모두 20.1%가 ‘전혀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30~34세 남성은 14.0%가, 같은 연령대 여성은 14.7%가 강한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연구진은 “부부관계에서 전통적인 성별 역할을 수용하지 않는 추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주거 부담을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게 더는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20~44세 미혼 남성의 가장 많은 33.7%가 ‘국가의 신혼집 마련 정책이 가장 절실하다’고 꼽을 정도로 청년층에게 주거 문제는 결혼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하지만 기존의 결혼 가치관을 뒤엎은 이런 새로운 시각도 취업 이후에는 다시 전통적 가치관으로 회귀하는 듯한 양상도 나타났다. 남녀 모두 취업한 뒤에는 신혼집 마련을 남성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직장인 남녀만을 조사했을 때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남성 32.4%, 여성 29.1%로 나타났다. ‘남성이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전혀 찬성하지 않는다’에 대한 동의 수준 또한 ‘취업 여성’(14.4%)이 ‘비취업 여성’(20.2%)보다 낮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주거 마련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부모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 배우자에 대한 기대, 자신의 경제력 등 매우 다양한 요소들의 의해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9-03-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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