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인공지능 더는 이길 수 없어 바둑 관뒀다”

이세돌 “인공지능 더는 이길 수 없어 바둑 관뒀다”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9-11-27 09:51
업데이트 2019-11-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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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한테 배우는 것 기쁘지 않다”
“바둑은 두 사람이 만드는 예술 작품”
다음달 국산 바둑AI ‘한돌’과 대국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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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는 이세돌
활짝 웃는 이세돌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치러진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의 5번기 제4국에서 승리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긴 인간인 이세돌(36) 9단이 AI 때문에 30년간 걸어온 프로기사의 길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이씨는 2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바둑을 그만 둔 이유와 심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한국기원과의 불화가 은퇴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히면서도 그 다음 이유로 인공지능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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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제4국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제4국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씨는 “바둑의 1인자라고 하면 세상에서 바둑을 제일 잘 두는 존재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아무리 잘 둬도 못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여섯 살 때 바둑을 시작해 30년 길을 걸어왔는데 (가치관이) 흔들린다. 어차피 최고가 아닌데…”라고 말했다.

바둑 AI의 수준이 인간의 이해 영역을 넘어설 정도로 발전했지만 AI한테 바둑을 배우는 마음이 유쾌한 것은 아니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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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의 딸 예림양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 맞대결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이세돌 9단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구글 제공
이세돌 9단의 딸 예림양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 맞대결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이세돌 9단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구글 제공
그는 “지금은 프로기사들도 인공지능한테 바둑을 배운다. 한 판도 못 이긴다. (AI를) 따라두게 된다”며 “저보다 엄청난 고수가 나타나 그분에게 배운다면 기쁘게 배우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바둑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렸고, 이것이 은퇴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이씨는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다. 둘이서 만드는 하나의 작품”이라며 “지금 과연 그런 것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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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꼭 잡고
손 꼭 잡고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을 벌인 이세돌 9단이 16일 오후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가기 위해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둑 AI의 실력에 대해 이씨는 “(2016년 대국한) 알파고 베타버전은 아직 완성 전이었는데 중국의 커제9단과 대국한 알파고 마스터버전은 인간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 이후 알파고 제로 버전이 나왔다”며 “지금은 프로기사들이 2점을 접히고 접바둑(실력 차가 있을 때 미리 돌을 깔아놓고 두는 바둑)을 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점 치수가 벌어진 것은 어마어마하다”며 “대략 17~18집 차이인데 아주 큰 차이로 거의 이길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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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한국 바둑, 다시 세계 최강 될 수 있다”
이세돌 “한국 바둑, 다시 세계 최강 될 수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한 이세돌(오른쪽) 9단이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황교안(가운데) 국무총리 초청 바둑계 인사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9단은 “한국 바둑이 중국에 비해 약간 주춤하고 있지만 많은 국민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면 다시 세계 최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이번 대국을 통해 바둑계가 일깨워 준 인간의 창의성과 미래 정보기술(IT)을 결합하고 융합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도하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은 이창호 9단.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그럼에도 이씨는 AI와의 대국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NHN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국산 바둑 AI ‘한돌’과 다음달 18일 대국을 추진 중이다.

한돌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신진서·박정환·김지석·이동훈·신민준 9단 등 국내 정상급 바둑 기사와 대국을 벌여 모두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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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 맞대결을 마친 뒤 생각에 잠긴 이세돌 9단. 서울신문 DB
2016년 3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 맞대결을 마친 뒤 생각에 잠긴 이세돌 9단.
서울신문 DB
이씨는 12세이던 1995년 7월 입단한 후 18차례 세계대회 우승, 32차례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한국의 간판 바둑기사였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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