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료 비위 문제라 가명 진술 원해”
보고서엔 ‘동일한 사업 두가지 사건’ 표기‘별정직 6급’ 묘사… 실체 숨기려는 정황도
檢 출석 김기현 “靑 지시로 조사 이뤄졌다”
![청와대의 선거 개입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패했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9/12/15/SSI_20191215181719_O2.jpg)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청와대의 선거 개입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패했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9/12/15/SSI_20191215181719.jpg)
청와대의 선거 개입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패했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15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울산경찰청은 지난 6월 김 전 시장 관련 인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내부적으로 반박 보고서를 작성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시 내부 관계자 김철수(가명)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김기현 시장이 취임하자 B업체의 아파트 인허가 사업이 매우 급속히 진행됐다. 관련 공무원의 편의 제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각주로 ‘시청에서 근무하는 별정직 6급으로 익명 조서를 요구함’이라고 달았다. 그는 “박기성 전 비서실장이 관련 공무원들에게 ‘인허가 통과를 못 하면 다들 옷 벗을 각오를 하라’고 소리친 적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울산 공무원들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가명인 김씨가 보고서상에는 여러 차례 ‘A씨’라는 실명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건설업자 김흥태씨가 2014년 3월 선거를 앞두고 아파트 사업권을 대가로 김 전 시장 동생과 ‘30억원의 용역계약서’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사건에서 A씨는 핵심 참고인으로 등장한다. A씨는 김 전 시장 동생이 건설업자 김씨에게 김 전 시장을 통해 B업체 사업 인허가에 관여할 것을 약속(변호사법 위반)한 데 대해 경찰에서 4차례 진술했다. 사람은 하나인데 결과적으로 참고인 진술자는 가명의 ‘김철수’와 실명의 ‘A씨’ 2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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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A씨의 ‘실체’를 숨기려 시도한 게 아니냐는 정황도 드러난다. 2017년 9월 울산시에서 퇴직한 A씨는 이듬해 1월 김흥태씨 사건 진술을 하지만 ‘시청에서 근무하는 별정직 6급’으로 묘사된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 요구로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이러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 내부 보고서에는 실명을 적고 법적 효력을 갖는 참고인 조사에만 익명을 쓴 송 부시장과 달리 A씨는 두 건의 참고인 조사에 실명과 익명을 번갈아 쓴 데 대해 ‘부풀리기 의혹’이 더욱 뚜렷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면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부임한 뒤 ‘김기현을 뒷조사한다,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소문이 계속 들렸다”고 주장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전 시장 하명수사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유재수 비리 혐의가 청와대 감찰 과정에서 확인됐다’는 검찰의 (13일) 발표는 최종 수사 결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19-12-16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