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소인 측 “8일 고소 동시에 박 시장에 사실 전달돼”(종합)

박원순 고소인 측 “8일 고소 동시에 박 시장에 사실 전달돼”(종합)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0-07-13 14:32
수정 2020-07-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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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열려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유튜브 화면 캡처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유튜브 화면 캡처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13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피고소인이 사망했다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고소인은 4년간 성적 괴롭힘 피해를 지속적으로 당했으며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며 “피해자가 고소를 한 직후 만나서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소 직후 고소 사실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피고소인인 박 시장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번 성추행이 고소인이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뿐 아니라 업무후 시간에도 지속적으로 성적 괴롭힘이 이뤄진,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 고소인이 그동안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한 것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 보좌” 등이란 말만 들어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고소인이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박 시장이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으며, 박 시장은 속옷차림 사진을 전송하거나 음란한 문자를 발송하는 등 가해 수위가 심각해졌고, 부서 변동이 이루어진 뒤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피해자 지원은 고소 직후에 시작했다”며 “피해자 안전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피해자 지원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했고 청와대나 어디에서도 이 사건의 압박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압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전혀 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수많은 사람이 2차 가해를 해도 시베리아 벌판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또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없어야 된다는 신념으로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낭독한 피해자가 직접 쓴 글의 전문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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