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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내야석 1장에 5만원”...처벌 강화 비웃듯 ‘암표 기승’

[르포]“내야석 1장에 5만원”...처벌 강화 비웃듯 ‘암표 기승’

강동용 기자
강동용, 김중래 기자
입력 2024-03-24 17:23
업데이트 2024-03-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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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부터 ‘매크로 암표’ 징역·벌금형
처벌 강화했지만 여전히 암표상 기승부려
“정가보다 비싼 암표 거래 모두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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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린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2024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린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2024 프로야구(KBO)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린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매표소 앞을 서성이던 암표상은 표를 구하려던 팬들에게 손가락 5개(5만원)를 모두 펼치며 “내야석은 1장에 이렇게”라고 속삭였다. 지난해까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던 류현진의 등판 소식 이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한화와 LG의 개막전 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온라인 판매분은 물론 현장에서 판매된 500여장도 개막전 당일 매표소 문이 열린 지 12분 만에 동이 났다.

지난 22일부터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매크로로 사들인 표를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지만, 야구 개막전 경기장 앞은 이를 비웃듯 암표상이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매크로 암표 거래가 적발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지만, 현실에선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경기 시작 전 2시간 가량 지켜본 결과, 표를 못 구해 발길을 돌리는 야구팬에게 “야구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호객 행위를 한 암표상은 잠실야구장 매표소 인근에서만 12명이나 됐다. 이들은 정가 9000원인 외야석은 3만원, 2만 2000원인 내야석은 5만원, 5만 3000원인 테이블석은 10만원을 요구했다. 암표상은 내야석, 외야석, 테이블석 표 수십장을 보여주면서 정가의 2배에 달하는 돈을 제시했다. 개막전 모든 경기가 매진됐지만, 경기장 티켓은 정작 야구팬의 손이 아닌 암표상의 손에 들려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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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린 지난 23일 한 온라인 티켓거래 플랫폼에 프로야구 티켓이 인기 티켓 순위에 올라 있다. 티켓거래 플랫폼 캡쳐
2024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린 지난 23일 한 온라인 티켓거래 플랫폼에 프로야구 티켓이 인기 티켓 순위에 올라 있다. 티켓거래 플랫폼 캡쳐
잠실야구장 앞에서 만난 야구팬 김모(29)씨는 “버젓이 암표를 파는 앱이나 사이트도 있지 않느냐”며 “단속한다고 말만 하지 실질적인 처벌이 없으니 계속해서 암표가 거래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온라인 티켓거래 플랫폼에서도 매진된 프로야구 개막전 경기 표를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특히 현장에서 암표를 파는 것 외에도 경기 시작 전 온라인상에서 예매한 표를 취소하는 동시에 구매하는 꼼수를 쓰는 암표상도 적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12배 가까이 늘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은 “매크로 이용 여부와는 무관하게 정가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암표를 모두 처벌할 수 있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용·김중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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