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노출됐던 ‘왕따’… 약물투여·가족면담으로 안정 찾아
올해 고교 2학년인 주수연양은 중학교 때부터 주변에 “불안하다.”“우울하다.”“학교가 싫다.”는 등의 문제를 호소했지만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집안에서는 늘 남동생에게 양보만 강요받았다. 게다가 부모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욕구를 잘 참는 아이’의 역할까지 해야 했다. 부모는 성적에 엄격했고, 기대치도 높아 항상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로 자랐다. 최근 병원을 찾은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실수와 실패를 걱정했고, 벌이 겁나 불안 속에서 살았다.”고 털어놨다.게다가 중학교에 가서는 소위 ‘왕따’의 대상이 되어 수시로 폭력에 노출됐지만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불안과 우울감이 깊어져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이런 그를 부모는 수시로 닦달했다. 그의 문제는 병원에서 송동호 교수를 만나면서 비로소 확인됐다. 송 교수는 “중학교 때부터 지속된 정서적 고통을 가족과 학교가 이해하지 못해 치료가 필요한 몇 년간 방치했던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어 “특히 수연양은 성‘장기를 거치면서 부모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문제를 말하거나 어려움을 토로할 수 없는 성격이 형성돼 있었다.”면서 “뒤늦게 문제가 있음을 안 부모가 병원에 데려와서야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라고 전했다.
송 교수는 약물 투여와 함께 가족면담 방식의 치료를 시도했다. 다행히 그는 치료에 잘 적응해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송 교수는 “부모가 수연양의 변화를 좀 더 면밀하게 관찰만 했더라도 손쉽게 치료가 이뤄져 학교생활은 물론 공부에서도 뒤지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라면서 “부모와 일선 교사들은 청소년들의 심리적 변화를 잘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이들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며, 문제가 드러나면 미루지 말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2-11-2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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