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군사기밀 내용 없다…수사기록 사본 공개해야”
초소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이등병 아들의 사망 원인을 밝히려고 군을 상대로 변호사도 없이 홀로 법정싸움을 벌인 엄마가 결국 승소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사망한 오모 이병의 어머니 A씨가 육군 제1보병 사단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소송에서 “1사단은 A씨에게 오 이병 사망사건 수사기록 등의 사본·복제본을 교부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2012년 1월 육군에 입대한 오 이병은 3월 1사단에 자대배치를 받고 철책선 초소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그해 7월 초소에서 자신의 K-2 소총에서 발사된 예광탄 3발에 두부관통상을 입고 사망했다.
초소에 함께 있던 선임병은 졸고 있었다고 했다. 오 이병이 왜 총을 맞았는지는 미궁에 빠졌다. 군은 그해 9월 타살, 총기오발 가능성이 없다며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A씨는 군의 발표를 믿지 못했다. 휴가를 나와 맛있는 음식도 먹고 친구 만날 계획을 짠 아들이 자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1사단에 수사·심의기록 수천 페이지와 부검사진, CCTV 자료 등을 달라 했지만 거절당했다.
군은 “수사기록에 국가안전보장·군사기밀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안 된다”며 1사단에 직접 오면 일부 자료를 열람시켜주겠다고 답했다. A씨는 결국 “사본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냈다.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은 나 홀로 소송이었다.
9개월간의 심리 끝에 재판부는 “해당 정보 가운데 군사기밀로 볼 수 있는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본·복제물 교부 청구를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자료 중 작전사항, 작전내용, 군사기지, 군사보안 등으로 표시된 자료들은 수사관이 작성한 내부보고문건, 훈련내용, 하달공문 등이 대부분이고 구체적인 군사작전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자료 중 지도나 사진, 영상 등을 봐도 부대건물, 초소 등의 대략적 위치나 구조를 알 수 있을 뿐 의미 있는 군사정보가 아니다”라며 “공개돼도 국방전력이 노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다른 장병의 소속부대 등 신상정보가 담긴 부분은 제외하고 A씨에게 공개하라고 했다. A씨는 아들의 사망 당시 포털사이트에 군의 은폐 의혹을 제기했으나 군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