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리더십’ 성남 조바한 꺾고 정상
2년차 ‘초보감독’인 프로축구 K-리그 성남의 신태용(40)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이란의 조바한에 3-1 완승을 거뒀다.당초 성남은 골잡이 라돈치치와 미드필더 전광진이 경고누적으로, 윙백 홍철이 아시안게임으로 결승전에 빠져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성남은 조바한에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성남은 높고 느린 조바한의 포백라인의 뒷공간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또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철저히 봉쇄했다. 우연처럼 찾아온 세 번의 찬스를 모두 골로 연결시켰다. 사실 경기의 흐름은 신 감독이 한국 기자들을 만나 설명한 그대로였다. 전술의 승리였다.
15년전 선수로, 이번에는 감독으로 아시아 챔피언에 오른 그는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난 놈’이다.”고 했다. 거만하게 들릴 만했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그것도 초보감독이 팀을 아시아 챔피언으로 이끈 경우는 없어서다.
신 감독의 성공 비결은 ‘형님 리더십’이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의 젊은 지도자로 권위가 아닌 친근감을 앞세워 선수에게 다가갔다. 선수와 감독의 장난과 짓궂은 농담은 성남에서 낯선 장면이 아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세세한 감정까지 신경쓴다. 선수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는 신 감독의 지시에 기꺼이 따른다.
도쿄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0-11-15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