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욕설에 “검은 게 자랑스럽다” 외친 애보리진 축구 스타 동상

인종차별 욕설에 “검은 게 자랑스럽다” 외친 애보리진 축구 스타 동상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7-07 06:21
업데이트 2019-07-0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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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 EPA 연합뉴스
퍼스 EPA 연합뉴스
호주 서부 퍼스의 옵투스 스타디움 앞에 인종차별에 과감히 맞선 애보리진(호주 원주민) 축구 스타 니키 윈마르(52)의 동상이 6일(현지시간) 제막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호주 프로축구 세인트 킬다에 몸 담았던 윈마르는 1993년 4월 17일 멜버른의 빅토리아 파크 축구 경기장에서 열린 콜링우드 맥파이와의 경기 도중 결승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끈 뒤 홈 관중들의 인종차별 야유를 들었다. 경기 전부터 그랬고 경기 도중,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심지 어 침을 뱉거나 깡통을 집어던졌다. 윈마르와 같은 애보리진인 길버트 맥애덤에게 거친 공격이 집중됐다. 보다 못한 맥애덤의 아버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윈마르는 셔츠를 들어올려 자신의 구릿빛 피부를 보여주며 “그래 나 검다. 난 검은 피부가 자랑스럽다”고 외쳤다.

그는 이날 제막식에 참석해 “난 이 동상이 애보리진과 토레스 해협 섬 사람들의 역사오 문화에 대해 더 많은 얘기와 교육을 고무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호주 AP통신이 전했다. 또 당시 의 인종차별 공격을 돌아보며 일간 ‘에이지’ 인터뷰를 통해 “우리 가족과 나에 대한 공격이었으며 내가 바꿀 수 없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말한 뒤 “축구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어디 출신이건, 누구건, 남녀나 어린이냐 어른이냐, 검거나 희거나, 돈이 많거나 적거나 관계없다”고 강조했다.

에이지 일요판에 스포츠 사진을 기고하던 루드베이는 이미 편집을 마친 일요판 신문 1면을 다시 편집하자고 주장해 윈마르의 사진과 함께 그의 발언을 실었다. 루드베이는 운동 선수가 그렇게 용기있게 팬들의 인종차별 공격을 맞받아치기란 어려운 일이라면서 그의 용기가 뒤늦게 조명되고 동상까지 세워지는 데 자신이 작은 도움이 됐다며 기뻐했다.

호주축구연맹(AFL)의 기욘 맥라클란 사무총장은 “대중의 상상력이나 게임을 초월해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 어떤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윈마르가 애보리진임을 자랑스럽다고 과감하게 표현한 것은 그런 순간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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