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의 블루오션 女팬심 잡는 女심판

축구장의 블루오션 女팬심 잡는 女심판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19-08-30 00:56
수정 2019-08-30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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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차 FIFA 국제심판 김경민씨

여자 월드컵 4연속 부심… 체력 필수
세밀한 판정·女 친밀감 조성에 장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경기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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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충남 천안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4개국 축구대회 한국과 잠비아의 경기에 앞서 김경민(왼쪽 첫 번째) 부심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7년 3월 충남 천안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4개국 축구대회 한국과 잠비아의 경기에 앞서 김경민(왼쪽 첫 번째) 부심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15일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의 초대형 이벤트 경기인 슈퍼컵은 주심과 부심 등 심판 3명을 모두 여성에게 배정했다. 축구가 더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 준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여자 축구 활성화와 여성 심판 확대는 축구가 여성 친화적인 스포츠로 변신하는 흐름을 나타낸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현재 1500명이 넘는 여성 심판을 2021년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만 16년째인 김경민(39)씨는 29일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여자축구 경기가 매진되는 걸 보고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면서 “말 그대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축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축구(K리그 1·2)는 올 시즌 거센 흥행 돌풍을 이어 가며 첫 ‘200만 관중’ 시대의 개막이 유력시되고 있다. 베테랑 국제 심판인 김씨는 한국 축구의 블루오션으로 ‘여성팬’을 지목한다. 그는 “여성들이 축구를 멀게 느낀다면 가족 단위 관람객이나 연인들을 축구 경기장으로 끌어모을 수 없다”면서 “여성 심판이 경기장을 뛰어다니는 게 여성들에게 축구를 더 가깝게 느끼게 하는 확실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김씨는 2000년부터 심판으로 활동하면서 2013~2015년 K리그2 심판으로 뛰었다. 2004년부터는 국제심판으로 활동하며 2007년과 2011년, 2015년에 이어 올해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도 부심으로 참여했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남자축구대회인 아시안컵의 첫 부심으로 뛴 그에게 국내 축구는 여전히 여성 심판의 불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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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슈퍼컵에 앞서 스테파니 프라파르(가운데) 주심, 마누엘라 니콜로시 부심(왼쪽), 미셸 오닐(오른쪽) 부심이 손을 맞잡고 있다. 이스탄불 AP 연합뉴스
지난 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슈퍼컵에 앞서 스테파니 프라파르(가운데) 주심, 마누엘라 니콜로시 부심(왼쪽), 미셸 오닐(오른쪽) 부심이 손을 맞잡고 있다.
이스탄불 AP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1급 여성 심판은 현재 28명으로 남성 심판(354명)의 10분의1이 채 되지 않는다. K리그에서 뛰는 여성 심판도 전무하다. 김씨는 “여성 심판은 장점이 충분히 많다”며 무엇보다도 “여성 심판들은 세밀하고 꼼꼼하게 경기를 살핀다”고 말했다. 앞으로 K리그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여성 심판을 보는 게 낯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씨는 중학교 시절 여자축구 선수로 뛰면서 축구 특기생으로 울산과학대에 입학했다. 그는 부상으로 선수를 그만뒀지만 축구가 너무 좋아 축구 심판을 천직으로 삼게 됐다. 김씨는 “보통 한 경기에 9㎞가량 뛰어야 할 만큼 체력이 필수”라면서 “국제심판으로 활동하려면 해마다 체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해 보고 싶은 경기를 묻자 “팬들도 선수들도 모두 웃고 즐길 수 있는 이벤트 경기”를 꼽으면서 “K리그 올스타전 심판을 꼭 해 보고 싶다”고 답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9-08-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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