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 촬영 현장 얘기하는 로버트 패틴슨과 봉준호
봉준호 감독(왼쪽)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님과 비견할 수 있는 감독은 현재 전 세계에 4~5명 정도일 겁니다. 말도 안 되는 내용과 심각한 상황을 자유 자재로 넘나들고, 장르 구분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잖아요.”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옆에 있던 봉 감독이 “그 감독들 누구냐. 이름을 좀 알려달라”고 되묻자 장내에 웃음이 빵 터졌다. 패틴슨이 “저도 활동을 계속해야 하는데”라고 답하자 더 큰 웃음이 터졌다.
봉준호 감독이 다음 달 28일 신작 ‘미키17’로 돌아온다. 칸영화제 그랑프리와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2019)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제작 초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죽으면 기억을 간직한 채 다시 프린트(재생)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 위기를 겪고 있을 때,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출력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봉 감독과 영화 주인공 미키 역의 로버트 패틴슨은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풀었다. 이날 한국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된 20분 분량 짧은 영상에는 미키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 ‘익스팬더블’이 되는 이유, 그리고 익스펜더블이 된 뒤 출력되는 장면, 미키가 죽음을 겪는 몇 장면 등이 우선 공개됐다.
2022년 출간한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의 원래 제목이 ‘미키17’로 바뀐 만큼, 큰 틀은 유지하되 설정들도 조금 바뀌었다. 봉 감독은 “원작에서는 미키가 역사 교사이지만, 영화에서는 힘 없고 불쌍한 청년”이라고 소개했다. 앞선 영화들처럼 밑바닥 보통 사람들의 시련을 더 강조한 것에 대해서는 “수퍼히어로가 쉬운 미션을 해치우면 나올 드라마가 별로 없을 거 같다. 힘 없는 청년이 본인이 감당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고군분투 헤쳐나갈 때 더 많은 드라마가 나온다”면서 “그래서 시나리오 쓸 때도 항상 약하고 문제점 많고 불쌍한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키17’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원작과 달리 10번을 더 죽어야 했다”고 웃은 패틴슨은 “처음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심플하게 느꼈는데, 미키가 왜 그렇게 되는지 그 이면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지더라”고 했다. 자신의 배역 미키17에 대해서는 “훈련을 시키려할 때마다 뒤로 누워 애교 부리는 개와 비슷하다 생각하고 연기했다. 벌을 내려도 바뀌지 않는 개처럼, 미키는 17번을 죽고 나서야 ‘이제 삶을 다르게 살아야 하나’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봉 감독은 패틴슨에 대해 “영화 ‘베트맨’으로도 유명하지만, ‘굿 타임즈’, ‘등대’ 등 독립영화에서 늘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터라 애초부터 관심이 있었다. 멍청하고 불쌍한 미키17과 예측불가능하면서도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미키18을 맡아 양쪽의 매력을 보여줄 배우가 누군가 생각했고 처음부터 패틴슨이 떠올랐다”고 했다.
봉 감독은 “미키17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SF 영화지만 땀 냄새로 가득한 인간적인 SF”라면서 “극한에 처해 있는 노동자 계층이다 보니 (작품에) 계급 문제가 스며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거창하게 계급 간의 투쟁을 다룬다는 식의 정치적인 깃발을 들고 있진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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