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반 살 반… 6현 위 춤사위… 젊은 거장이 피워낸 ‘아마빌레’

손톱 반 살 반… 6현 위 춤사위… 젊은 거장이 피워낸 ‘아마빌레’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8-10 17:44
업데이트 2021-08-1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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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박규희 오늘 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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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과 오케스트라 연주로 더욱 다양한 클래식 기타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국내 무대에는 ‘처음’이 많다. 오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성남시립교향악단과 피아졸라의 ‘망각’을 처음 연주한다. ⓒKeunho Jung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연주로 더욱 다양한 클래식 기타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국내 무대에는 ‘처음’이 많다. 오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성남시립교향악단과 피아졸라의 ‘망각’을 처음 연주한다.
ⓒKeunho Jung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클래식 기타 불모지인 국내 무대에서 부쩍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일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리사이틀을 열었고,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 ‘아마빌레’, 19일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성남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등 이달에만 여섯 차례 연주가 있다.

최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표정엔 설렘보다 무거움이 진했다. “실수하거나 매력이 없으면 ‘이제 기타는 부르지 말자’고 할까 봐, 엄청난 책임감을 갖고 한 음 한 음 연주한다”면서 이유를 전했다.

충성도가 높은 기타 애호가들에게 박규희는 이미 뛰어난 연주자로 유명하다. 스페인 알람브라, 벨기에 프랭탕 등 15개 국제 기타 콩쿠르에 출전해 9곳에서 우승했고 2009년 기타 명장 다니엘 프리드리히가 제작한 악기를 받기도 했다.

기타를 처음 잡은 게 만 세 살,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고 조르던 다섯 살 때 기억도 선명하다. 그렇게 30년 넘도록 기타를 품에 안고 살았는데 여전히 좋고 설렌다. “피아노랑 바이올린도 배웠지만 기타 소리에 가장 매력을 느꼈어요. 하루 종일 배경음악처럼 깔아 놔도 질리지 않고, 공기처럼 늘 함께해도 편안한 소리죠.”

MBTI 검사 결과 ‘I’로 시작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소심한 성격과도 기타가 잘 맞는다. 다른 악기에 비해 섬세하고 소박한 음색, 내면을 파고드는 듯 작은 소리와 한 음씩 세심하게 만들어 가는 작업이 좋다”고도 했다.

“어린 시절을 클래식 기타가 대중화된 일본에서 보낸 덕분에 운이 좋아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오래 할 수 있었을 뿐”이라고 했지만 콤플렉스인 짧은 손가락마저 감쌀 만큼 그의 시간엔 늘 꾸준한 연습과 노력이 담겼다.

‘노래할 때 공기 반 소리 반’이라고 했던 말에 빗대 기타에선 ‘손톱 반 살 반’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손톱이 있어야 멀리 내지르는 소리가 나고 살은 부드러운 소리를 내니 둘의 비율을 매번 모든 음과 프레이즈마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곁엔 늘 손톱을 다듬어 주는 버퍼가 있다.

박규희는 이제 실내악과 오케스트라로 클래식 기타의 진정한 멋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바쁘다. 일본에선 2010년부터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지만 국내에선 지난달 1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연주가 처음으로 갈 길이 멀다. “실내악에서 기타는 어떤 악기와도 융화해서 튀지 않고 다른 악기를 더 예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자신했다.

이후 광주시향, 성남시향, 대구시향 등과도 연주 일정이 잡혔으니 “또 듣고 싶은 연주자”라는 꿈도 이뤄 가고 있는 셈이다. 19일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에서는 피아졸라의 ‘망각’을 성남시향,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와 함께 연주하는 첫 시도를 한다.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기타 협주곡 2악장을 연주하며 남미의 열정을 국내 무대로 옮긴다.

“한국에선 제가 가는 길이 모두 처음이라 허투루 할 수가 없다”면서 그는 다시 기타를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1-08-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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