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日 수출규제는 보복적 성격”

靑 “日 수출규제는 보복적 성격”

이두걸 기자
입력 2019-07-05 01:36
수정 2019-07-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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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판결 직후 작년 10월부터 ‘日보복 대응’ 경제·사회 TF 가동

日, 반도체 소재 한국 수출제재 개시
홍남기 “규제 철회 안하면 상응 조치”
관광·역사문제 조치 검토… 공세 전환
NSC “WTO 제소 포함 대응 나설 것”
아베 “공은 한국에… 상식적 행동해야”
日 기업 불매운동 동참 촉구 1인 시위
日 기업 불매운동 동참 촉구 1인 시위 4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대학생 단체 ‘겨레하나’ 회원이 “파렴치한 일본 전범기업은 사죄 배상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을 계기로 한일 간 외교적 긴장 상태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무역 보복 조치에 나서 한일 관계가 더욱 급랭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우리 정부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 직후부터 일본 측의 경제 보복 가능성에 대비해 경제·사회 분야 태스크포스(TF) 두 조직을 구성해 대응책을 마련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하지 않고 경제뿐 아니라 송금 정지 등 민간 부문까지 보복의 수위를 높이면 우리도 관광 분야와 역사 문제 등에서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어적 태도에서 적극적 공격 모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대법원 판결 직후부터 일본이 경제 보복 등을 할 수 있다고 보고 피해 최소화와 부품·소재 자립화를 위한 경제 TF와 함께 외교부, 국무조정실 등을 중심으로 사회 분야 TF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정부 대응책은 주로 사회 TF에서 나올 것”이라면서 “일본이 핵심 소재와 부품에 그치지 않고 송금이나 비자 발급 정지 등까지 단행하면 그에 맞춰 우리도 강경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외교 분야에서도 ‘전면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일본 관광을 억제할 수 있는 조치와 위안부 동상 문제를 비롯한 역사 문제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일본의 조치를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취한 보복적 성격의 수출 규제 조치는 WTO 규범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 방안 등을 적극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외교적 대응 방안은 WTO 제소를 포함한다”면서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일본 조치의 부당함과 자유무역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 등을 주요국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껏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삼가했던 청와대가 ‘보복적 성격’,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제법에 위반되는 명백한 경제 보복”이라면서 “일본이 규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국제법·국내법상 그에 상응한 조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일본의 조치는 정경 분리의 룰을 어기고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로키’(저강도) 기조에서 강공으로 전환한 배경으로 손꼽힌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의 보복 리스트는 130개이며 지난해 봄부터 치밀하게 준비를 시작했다”면서 “한국 정부도 이미 지난 3월 열린 첫 부처 간 대책회의 때부터 해당 리스트를 인지하고 각각에 대해 대응 조치를 검토해 왔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부터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밤 NHK에 나와 “지금 볼(공)은 한국 쪽에 있다”며 “(한국이) 국제법 상식에 따라 행동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9-07-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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