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차 존폐 논란…“시위 안전관리용” vs “위험한 무기”

살수차 존폐 논란…“시위 안전관리용” vs “위험한 무기”

입력 2015-11-22 11:25
업데이트 2015-11-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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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수차 도입 후 폭력시위·경찰부상 줄어…운용 중단 계획 없어”진보진영 “직사 살수·최루액 혼합은 인체에 유해…살수차 사용 안돼”전문가도 엇갈려…”비교적 안전한 장비” vs “평화집회 보호에 어긋나”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장비인 살수차의 존폐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달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버스를 넘어뜨리려 밧줄을 당기던 농민 백모(69)씨가 물포를 맞아 중태에 빠지면서부터다.

경찰은 시위대 일부가 도를 넘는 폭력행위를 한 만큼 시위 현장에서 살수차 운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집회를 주최한 진보 시민사회단체는 무기나 다름없는 물포 사용은 시민에 대한 공격행위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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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앞마당에서 기자단을 상대로 ‘집회 대응용 살수차 시연회’를 연 가운데 차량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경찰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앞마당에서 기자단을 상대로 ‘집회 대응용 살수차 시연회’를 연 가운데 차량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경찰 “살수차로 폭력시위·경찰 부상자 감소…계속 운용하겠다”

경찰에 살수차가 들어온 것은 1989년이다. 대규모 시위 진압에 효과적이고, 최루가스가 퍼지지 않아 일반 시민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제 2대를 수입했다.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5년이다. 2004년 농민대회에서 경찰관 58명이 부상하자 경찰과 시위대 사이의 거리를 떨어뜨릴 필요성이 제기됐다. 살수차 도입을 지시한 사람이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 국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절반이 넘는 20개 국이 살수차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까지 살수차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음향대포’로 불리면서 2010년 국내 도입이 무산된 ‘지향성 음향장비’ 등으로 시위를 관리 중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현재 경찰 살수차는 19대로, 그동안 큰 문제 없이 운용해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살수차가 본격 도입된 2005년 이후 폭력시위와 경찰 부상자 수는 줄었다. 1999∼2005년 연평균 불법폭력시위는 128건, 경찰 부상자는 614명이었지만,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불법폭력시위 52건, 경찰 부상자 281명으로 크게 줄었다.

경찰은 이번 집회에서 백씨가 중태에 빠진 것에 대해 “안타깝지만, 과격 시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한 사고”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수차는 경찰과 시위대를 떨어뜨리기 위한 장비로 이를 쓰지 않으면 충돌이 더욱 격렬해지고 더 큰 부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경찰은 안전한 이격 장비인 살수차 운용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진보단체 “물포는 무기, 살수는 공격…이젠 중단해야”

진보진영 시민단체의 입장은 경찰과 완전히 다르다. 물포는 무기나 다름없으며, 살수는 시민에 대한 공격 행위여서 사용이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중총궐기 인권침해감시단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폭력시위가 발생하기도 전에 차벽부터 설치하고, 이에 다가서는 집회 참가자를 향해 살수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상반신을 조준해 고압으로 직사살수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팔목골절·두피열상·홍채출혈 등의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의 보고서와 연구자료를 인용, 경찰이 물포에 섞는 합성캡사이신(PAVA) 최루액이 돌연변이 유발, 발암, 심혈관독성, 신경독성, 사망 등에 이르게 하는 인체에 매우 유해한 물질이라며 사용금지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단지 폴리스라인을 넘거나 도로를 점거했다고, 또는 집회 방해에 항의하거나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살수차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직사 살수나 최루액 혼합 살수를 허용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이는 다수의 참가자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고 건강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살수차 퇴출을 주장했다.

◇전문가도 찬반 엇갈려…“안전수칙 준수가 중요” 의견도

전문가들의 의견도 어느 한쪽으로 뚜렷하게 쏠리지 않고 있다.

우선 살수차 퇴출에 반대하는 쪽은 살수차가 비교적 안전한 장비이며, 집회 주최측의 주장이 무리라는 입장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살수차가 인명 살상용이라면, 쇠파이프나 철제 사다리는 인명 도살용이다. 시민단체의 주장은 과도하게 공권력을 무력화하려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군의 총기 오발로 민간인이 다쳤다고 총을 없애거나 군대를 없앨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물포를 쏘는 건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 것인데,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시위대가 계속 나온다”며 “이를 막으라는 권한을 준 유일한 기관이 군대 외에 경찰인데,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살수차 운용을 옹호했다.

다만, 살수차 운용에 찬성하는 교수들은 규정에 맞춘 안전한 사용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물론 경찰도 직사는 안 된다. 공중에 쏘거나 다른 안전장치를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최루가스보다 더 안전하기에 선택한 것이 살수차”라며 “매뉴얼대로 사용하는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살수차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행태 자체를 비판했다.

이호중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살수차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무기에 가까워 예외적으로 써야 한다. 집회 해산 용도로 쓰면 안 된다”며 “경찰이 청와대 100m 밖에서 집회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등 총체적으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를 하고 있다. 시위대가 모이니 물포를 쏘는 것은 평화집회 보호 측면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도 “경찰이 진압작전이 아니라 집회·시위 관리 작전을 써야 한다. 살수차 사용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라며 “경찰이 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헌법에는 집회·시위 권리가 있다고 해놓고, 집회를 하기만 하면 두들겨 잡으려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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