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인디펜던트 “TTIP 규제 통합에 악영향 우려해 묵살”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미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이 유럽보다 허술하다는 연구결과를 받고도 이를 쉬쉬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미시간대 교통연구소와 스웨덴 샬머스공대 세이퍼교통연구소가 BMW, GM,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주요 업체가 소속된 자동차제조업연맹(AAM)의 후원으로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간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을 앞두고 미국과 EU의 자동차 규제를 통일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
연구 결과 두 곳의 안전기준 수준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쉬운 정면충돌의 경우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에 탄 승객이 유럽 차량 승객보다 33%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AAM은 지난해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미국 자동차정책위원회(AAPC) 등과 함께 연구 후원 사실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렸으나, 정작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해당 연구 보고서는 현재 미시간대 홈페이지에 조용히 올라와 있다.
인디펜던트는 TTIP 체결로 큰 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업계가 이번 연구결과가 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함께 팔리고 있는 모델들은 각국의 서로 다른 안전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TTIP 체결로 안전기준이 단일화하면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안드라스 발린드 샬머스대 연구원은 “연구결과를 놓고 보면 미국 차량을 그대로 유럽에 들여오면 교통사고 사망과 중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독립기구인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도 “이번 연구는 자동차 안전기준이 현 단계에서 TTIP 협상에 포함돼선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고”라며 추가 연구가 있을 때까지 논의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ACEA는 “유럽과 미국의 현행 안전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TTIP를 통해 규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데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