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없는 회담장에 ‘선생’호칭…1분이상 손꼭잡은 양안 정상

국기없는 회담장에 ‘선생’호칭…1분이상 손꼭잡은 양안 정상

입력 2015-11-07 21:05
업데이트 2015-11-0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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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덮어두려는 배려…중화권 언론 600여명 취재 열기회담장 대여비·식사비 모두 절반씩 부담…만찬에선 애주 나눠마잉주 총통, 시진핑 주석에게 대만 공예품 선물

정상회담이 열리는 곳인데도 국기가 없었다. 정상은 없고 ‘선생’만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永九) 대만 총통이 역사적인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첫 정상회담을 가진 7일 오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의 회담장에는 중국의 오성홍기도, 대만의 청천백일기도 걸려있지 않았다.

서로가 불편할 수 있는 체제나 이념의 차이는 일단 덮어놓고 첫 만남에 의미를 두려는 서로의 배려가 눈에 들어왔다.

다소 긴장한듯 보이는 두 정상은 예정된 시간에 회담장에 나타나 웃는 얼굴로 손을 꽉 맞잡았다. 사진기자들의 채근에 이들은 1분10초 이상 악수한 손을 놓지 않은채 두손을 흔들며 감개무량해했다.

두 정상은 서로 ‘시 선생’, ‘마 선생’이라고 부르며 총통, 주석이라는 호칭을 비켜갔다. 양안의 협상장에서 그러하듯 다른 배석자들도 모두 ‘선생’이라는 호칭을 썼다.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주장을 둘러싼 양안관계의 엄혹한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대등한 지위에서 대화를 하고자 하는 배려가 깃든 호칭이었다.

서로가 품고 있는 속내와 칼날은 숨기고 공통점과 서로의 장점을 치켜세우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분단 66년만에 양안의 정상이 처음 만나는 역사적인 이 회담에 중국과 대만을 비롯한 각국에서 몰려온 기자 600여명이 샹그릴라호텔에 진을 치고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봤다.

홍콩 봉황TV는 모두 이 이벤트를 보도하기 위해 모두 10명을 파견했고 중국 중앙(CC)TV도 모두 22명의 인력을 싱가포르 현지에 보냈다. 특히 24시간 채널만 6개에 이르는 미디어 천국 대만에서도 수많은 뉴스매체들이 현장 보도에 열을 올렸다.

언론에 공개한 회담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은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뼈와 살이 터져도 끊을 수 없는 형제”라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 어떤 비바람에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애절하게 호소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양안 지도자가 만난 것은 오랜 양안의 분단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역사도 장차 오늘을 기록할 것”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반면 마 총통은 다소 딱딱한 어투로 적대상태의 완화, 양안교류의 확대, 양안 핫라인 설치 등 양안의 평화발전을 위한 5대 주장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하지만 회담에 들어가서는 마냥 좋은 얘기만 나오지는 않았다.

시 주석은 “대만의 각 당파, 단체가 92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기를 희망한다”며 “국가를 분열하려는 어떤 행위에 대해 양안 인민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또 “양안의 최대 위협은 대만독립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대만 독립세력은 양안의 평화발전을 저해하고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 총통은 그런 그를 두고 “’시 선생’이 매우 실속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회담이 끝난 후 열린 샹그릴라호텔 중식당의 한 룸에서 열린 만찬에는 노란색 테이블이 깔린 원형 테이블에 양측의 회담 참석자 14명이 앉았다. 룸은 ‘프라이빗 이벤트’(私人宴會)로 예약돼 있어 전혀 정상회담 만찬장임을 눈치챌 수 없었다.

시 주석과 마 총통은 나란히 앉아 못다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마 총통은 가오화주(高華柱) 전 대만 국방부장이 소장하고 있던 1990년산 진먼(金門) 고량주 2병을 만찬장에 내놓았다. 마 총통이 따로 준비한 자신의 애주 마쭈라오주(馬祖老酒) 8통은 중국측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마 총통은 앞서 시 주석에게 대만 산악지역에 사는 파란 까치를 형상화한 공예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만찬후 양측은 식사비를 절반씩 부담했다. 이에 대해 우메이훙(吳美紅) 대만 대륙위원회 부위원장은 “누가 이 만찬의 손님이고 주인이냐 문제가 아니라 함께 식사를 나눴기 때문에 그렇게 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회담장 임대료까지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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