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법무부·검찰 감찰 착수…수사로 바뀔까 주목

‘돈봉투 만찬’ 법무부·검찰 감찰 착수…수사로 바뀔까 주목

입력 2017-05-18 16:10
수정 2017-05-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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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확인 시작으로 돈봉투 성격·출처 등 전반 조사 대상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간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이 22명의 매머드급 감찰반을 구성함에 따라 향후 조사 대상과 쟁점, 절차 등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감찰을 지시한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감찰조사가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 정부가 공약한 검찰개혁 작업과 맞물려 감찰 결과에 따라 검찰 인적 쇄신의 시발점이 될 공산이 커 검찰 안팎에서 감찰반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단순 감찰 이상의, 사실상 수사에 준하는 고강도 조사가 수반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법무부와 대검이 공동으로 구성한 감찰반은 지난달 21일 문제의 만찬에 참석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우선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 외에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 6명, 법무부 검찰국 소속 과장 2명 등 만찬 참석자 전원이 대면조사 리스트에 올라있다.

감찰반은 어떤 경위에서 만찬이 계획됐는지, 만찬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등을 두루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안의 성격상 격려금 명목으로 오간 70만∼100만원 상당 돈 봉투의 성격·출처 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개연성이 크다.

법무부와 검찰에선 해당 자금이 특수활동비에서 조달됐다는 입장인데 이러한 비용 지출이 특수활동비 규정에 부합하는지도 따져볼 것으로 전망된다.

참석자 면면 등에 비춰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는 점도 고려 요소다.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급이기는 하지만 조직 계통상 지휘·감독하는 상급 기관인 법무부 관계자에게 돈을 제공한 것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게다가 검찰국이 검찰 인사와 예산, 조직 관리, 장관의 검찰 지휘·감독을 보좌하는 소관 부서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국 간부들이 ‘금일봉’을 받은 다음 날 곧바로 돌려줬다고 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안 국장이 중앙지검 소속 간부 검사들에게 돈을 건넨 것도 마찬가지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안 국장은 작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가족회사 ‘정강’ 자금 유용 의혹 등이 불거져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우 전 수석과 1천여 차례 통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이 지검장이 지휘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관련 건으로 안 국장을 내사했다가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안 국장이 돈을 건넨 배경에 ‘감사 인사’의 성격이 있었던 게 아닌지, 그 의도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영란법뿐만 아니라 뇌물 의혹까지 염두에 두고 조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레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요 수사가 끝난 뒤의 격려 차원”이라는 당사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다소 과격한 주장으로도 들리지만 조사 과정에선 여러 가능성을 두루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돈 봉투 전달을 업무에 따른 행위 또는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지, 대가 관계는 없는지 등이 치밀하게 검토될 전망이다.

만약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금일봉이 오고 간 행위에 객관적 상당성(타당성)이 있는지, 돈 봉투 전달로 인해 얻게 되는 이해관계가 있는지 등 법원 판례를 고려해 여러 정황을 두루 살펴보고 판단을 내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일봉’의 출처로 의심되는 특수활동비를 규정에 어긋나게 집행하는 등의 절차상 하자가 발견될 경우 물론 관련 법에 따라 처벌 또는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불투명한 특수활동비 자금 집행 관행 전반으로 조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 이번 사안이 단순 감찰조사 수준을 넘어 내부 비리를 광범위하게 점검하는 고강도 수사 성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작년 ‘스폰서 검사’ 파문을 낳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 역시 감찰조사 과정에서 뇌물수수 등 범죄 혐의가 발견돼 정식 수사를 받고 구속기소 된 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단 감찰이 시작된 이상 그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검찰 수뇌부 공백 사태의 장기화가 조직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감찰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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